“중국의 대북지원이 더욱 강화되고 북한 경제력도 강해져 ‘햇볕정책’ 같은 지원책은 이제 효용이 없을 전망입니다. 미국 새 행정부와 동북아 질서 변화에 맞춰 대북 정책을 빨리 협의해야 합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1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이 북한에 안보·경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역내 정세가 변하면서 ‘햇볕정책’의 기조를 계승한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과의 대결에서 우군이 절실한 중국이 대북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고, 식량지원 등을 이어가며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기 때문에 물량 위주의 대북지원은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의 군사·경제력이 눈에 띄게 성장한 점도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고 짚었다. 그는 “역내 정세가 20년 전과 비교해 180도 변했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라며 “북핵 위협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협력을 통해 북·미 관계 진전까지 견인한다는 기존의 대북 정책 노선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김 전 차관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21세기 신냉전시대에 북한은 중국에 더 다가가고 있다”며 “미·중 사이 어정쩡한 태도가 지속되면 우리 안보는 결국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향후 동북아 질서 변화에 대한 우리의 전략을 수립해 미국에 적극 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전 차관은 “비핵화 이후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가져갈지, 새로 재편한 동북아 질서에서 통일된 한국이 어떠한 역할을 맡을지 등을 미국에 설명하고 각인시켜야 한다”며 “그래야 미국도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남북 관계 개선은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통적으로 북한은 우리에게 얻을 게 있다고 판단될 때 관계 개선에 나섰다”며 “문제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건 없는 재개’ 용의를 밝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대북 제재에 가로막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은 한국의 효용성이 다했다고 생각되면 바이든 미 행정부와의 대화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이명박정부 당시인 2011년 10월부터 2013년 3월까지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에 실무자로 배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바이든시대, 전직 고위당국자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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