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재명 양강체제로는 안돼”… 꿈틀대는 민주당 86그룹

입력 2020-11-16 04:06

여권 대선 주자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자 민주당 내 86그룹이 꿈틀대고 있다. 물밑에서 이뤄지던 움직임이 86그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유죄 판결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마지막 역할론’을 앞세운 86그룹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당내 인사가 늘어나는 동시에 한편에선 ‘또 386이냐’는 반감도 나타나고 있다.

86그룹 중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김 지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다. 이들은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송갑석 민주당 의원 등 86그룹과 함께 최근 수시로 회동하며 정국을 논의하고 있다. 재판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 김 지사 역시 이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이자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인 임 전 실장은 지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남북 도시 간 자매결연 등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지역 풀뿌리 기업 및 중소·중견기업인과 접점을 늘리며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책사 성격이 강했던 양 전 원장은 당내 기구인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이후엔 당 안팎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과 자주 회동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 등 당 대선 주자와도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당의 정권 재창출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86그룹 일각에선 “지금의 양강 체제로는 안된다”며 김 지사와 임 전 실장을 겨냥해 제3후보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호남의 86 대표 격인 임 전 실장과 영남의 86 주자인 김 지사 간 연대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한 86그룹 의원은 15일 “이 대표는 호남 출신이라는 핸디캡이 있고, 이 지사는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면이 있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제3후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지사와 임 전 실장, 양 전 원장은 86세대 독자 행동보다는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역할론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임 전 실장과 김 지사가 친분이 매우 두터운 사이다 보니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졌던 것”이라며 “독자 행동과는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갈래로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를 4년간 운영해온 이 의원은 정치적 행보 대신 정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이 의원은 올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까지가 586이 활동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뉴딜을 비롯한 경제 정책과 동아시아 안보전략 등 차기 국정과제 발굴에 나선 그 역시 결정적 순간에 ‘킹메이커’ 또는 대선 주자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과 재보선기획단 서울시당 기획단장을 맡은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도 선거를 기점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키울 예정이다.

강준구 박재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