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가 총리, 한국의 잇단 관계 개선 노력에 화답할 때

입력 2020-11-16 04:04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웃 나라와의 갈등은 빨리 풀수록 국익에 더 도움이 되는 만큼 마땅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일본 총리를 각별히 언급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일 테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자 정상외교 자리에서 특정국 정상에게 따로 인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관계 개선을 바라는 진심어린 마음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일본에 보내 스가 총리를 예방케 했다. 13일에는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도 스가 총리를 만나 관계 개선을 타진했다.

다만 스가 총리는 대화를 위한 조건을 한국이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막아 달라는 뜻이다. 징용 배상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일단락됐다는 일본 측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개인이 소송을 내 법원이 판결한 사안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점을 스가 총리도 모르진 않을 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제안됐지만 일본의 수출 보복 등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이제는 스가 총리가 화답할 때다. 만남의 조건만 내세우지 말고 만나서 대화하는 과정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연내 서울에서 예정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스가 총리가 참석하는 일이다. 이 기회에 문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면 징용 문제 해법을 위한 당국 간 대화에도 탄력이 붙으리라 본다. 다행히 스가 총리가 전임 총리보다는 한·일 관계 개선에 더 열린 입장이라고 한다. 그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