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많이 변했다. 기껏해야 하루 한두 개씩 쓰던 기사를 이제는 10개 안팎씩 쓴다. 3매, 그러니까 600자짜리 기사를 쓰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대통령의 발언, 정치인이나 논객의 페이스북 글, 정부 부처 기관장의 말이 주된 소재다. 누군가의 말과 글을 인용한 짧은 기사는 가끔 댓글 전쟁터가 된다. 조회 수는 빠르게 올라간다.
기사를 쓰는 짧은 시간 동안 가장 공을 들이는 순간은 사진과 제목을 정할 때다. 신문 지면 기사에서는 데스크가 결정하는 영역이지만 온라인 기사를 보낼 땐 기자가 전부 정한다. 요새는 코로나19 방역으로 대부분의 인물 사진이 마스크를 쓴 채지만, 눈빛이 강렬하거나 표정이 잘 드러나는 사진을 고른다. 제목은 25자 내로 승부를 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서 추천한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쓸 땐 ‘문 대통령이 “모처럼 좋은 책 읽었다”고 소개한 이 책’이라고 제목을 달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자협회보는 올해 1월부터 10월 19일까지 네이버 ‘많이 본 뉴스’를 분석한 결과 국민일보가 페이지뷰(PV) 점유율에서 5위를 기록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종합지 중에선 3위였다. 분명한 성과고, 손뼉 칠 만한 일이다. 신문 판매 부수로 언론사의 영향력을 재단하기 어려워진 요즘에는 더욱 고무적인 성과이기도 하다. 네이버의 언론사 구독자 수만 놓고 보더라도 250만명이 구독하는 신문사가 경쟁사들을 제치고 순위권에 든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마음이 거북하다. 숫자 뒤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기 위해 스스로 기사 할당량을 정하고 하루 10여개씩 기사를 쓰는 온라인 기자들이 있다. 온라인 기자의 첫째 역할은 조회 수를 높이는 것이다. 조회 수가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면 더 많은 기사를 써서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만회의 기준이 ‘더 좋은 기사’가 아니라 ‘더 많은 기사’가 되는 건 게으른 판단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속보나 이슈를 놓쳐선 안 되기에 더 많은 기사를 쓰는 편을 택하게 된다.
선택은 나의 몫이지만 ‘내가 이 기사를 왜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막을 수가 없다. 밤낮없이 어떤 기사를 쓸지 고민하고, 발제하고, 종일 취재하고, 하루의 결과를 하나의 기사로 써내는 일을 했다는 게 두 달 전이라니 아득하다. 돌아가면 잘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언론사 입사 면접에 자주 등장하는 “당신은 어떤 기사를 쓰고 싶습니까”란 질문을 받는다면 지금의 나는 한참 고민해야 한다.
지난 1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생과 저널리즘 제고를 위한 포털의 사회적 책무’ 토론회에서 언론사들이 포털 사이트에 보내는 기사 개수를 제한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나왔다고 한다. 한 토론자는 “언론사가 하루 포털에 보내는 기사가 수만개인데 언론사는 자극적으로 기사를 쓰거나 기사 수를 늘려서 조회 수를 얻으려고 한다”며 “포털에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는 기사 수를 제한하면 조금 더 저널리즘 측면에서 질 좋은 기사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온라인 기자 입장에선 반가운 제안이다. 조회 수를 지상 과제로 체득하고 있는 기자들에게 “직접 취재해서 우리만의 기사를 써보자”고 한들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조회 수 앞에서는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다. 명시적으로 온라인 기자가 써야 하는 기사의 개수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마음속 마지노선은 있다. 그 마지노선을 조금 낮춘다면 적어도 기자가 기사를 내보내기 전 ‘이 기사를 정말 써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은 생기지 않을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글을 그저 가져다 쓰기보다 직접 한 번쯤 글을 쓴 당사자에게 연락해 볼 생각이 들지 않을까. 퇴근길 발걸음이 무거울 때가 적지 않다.
심희정 온라인뉴스부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