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하나의 기회 RCEP… 재도약 무대로 삼자

입력 2020-11-16 04:01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 체제 출범이 임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15개국 정상이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함으로써 RCEP은 출범에 필요한 각국 비준 절차만 남겨놨다. RCEP은 우리나라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다. RCEP 참가국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30%에 이른다.

RCEP 체결은 관세 혜택으로 인한 역내 교역량 확대와 그에 따른 일자리 증가로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개방적이고 포괄적이며 규범에 입각한 무역·투자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린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상품·서비스·투자 시장의 개방 폭을 확대해 참여국들에 새로운 블루오션을 제공한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엔 또 하나의 기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RCEP이 발효할 경우 한국 경제에 0.41~0.51%의 성장 효과와 함께 소비자 후생이 42억~54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 서명에 불참한 인도까지 참여할 경우 경제 성장은 0.1% 포인트, 소비자 후생은 10억 달러 이상 더 늘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도 RCEP 무대에서 우리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민관 협력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국회 비준동의 절차도 신속하게 마무리돼야 한다.

RCEP은 중국 주도로 만든 협정이다. 십중팔구 미국의 견제가 예상된다. 권력의 축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이양되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가 지속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RCEP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항하는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TPP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로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축소됐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앞으로 들어설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CPTPP를 대중국 견제 지렛대로 활용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바이든의 TPP 복원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이 경우 CPTPP 회원국이 아닌 우리는 미·중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처지가 될 수 있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6개국은 CPTPP 회원국인 동시에 RCEP 참여국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