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출신 목회자, 강해설교로 목양의 기틀을 잡다

입력 2020-11-17 03:03
이풍인 개포동교회 목사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예배당에서 말씀 위에 서는 교회가 건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풍인(54) 서울 개포동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5일 교회에 모인 20여명의 목회자들에게 “교회 성장의 비결은 오직 설교에 있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에서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믿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이날 이 목사는 우분트선교회(회장 홍성욱 목사)가 마련한 가을 목회세미나에 주 강사로 나서 목회자들에게 자신의 목회 노하우를 소개했다.

대구 출신인 이 목사는 총신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신약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적인 명문대에서 공부한 그는 귀국 후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에서 교수로 활동하다 2008년 개포동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부임 당시 500여명이던 교인은 1000명을 넘어섰다. 12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지난 5월에는 새 예배당에 입당했다. 교회는 1593㎡(약 482평) 부지에 총면적 7603㎡(약 2300평)의 예배당을 지었다.

설교만으로 교회가 부흥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들도 이 부분을 의아해 하며 몇 차례 질문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설교로만 승부했고 앞으로도 변함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목사는 강해설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강해설교는 성경 본문의 문맥에 맞는 역사와 문학적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메시지를 교인에게 전달하는 설교로 설교자의 신학적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옥스퍼드대 지도교수가 성서주석학 분야의 석학인 크리스토퍼 롤런드 교수였던 것도 그를 강해설교 전문가로 이끈 이유 중 하나다.

강해설교는 설교자와 성도 모두에게 어렵다. 하지만 이 목사는 설교를 통해 교인을 양육하겠다고 다짐했다. 설교 주제도 교회론과 삼위일체, 구원 등 기독교 교리의 핵심을 다룬다. 교육 수준이 높은 교인들은 이 목사의 강해설교에 빠르게 적응했다.

세미나를 마친 뒤 이어진 인터뷰에서 이 목사는 “강해설교를 통해 교인들에게 신앙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면서 “자기 주도적 신앙생활이 중요하고 혼자 기도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필요한데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하고 있고 교인들도 잘 따라온다”고 말했다. 설교를 통한 양육에 방점을 찍고 있는 교회에는 별다른 신앙 훈련 프로그램이 없다. 1년에 두 차례 성경 대학을 개설하는 게 전부다.

이 목사는 ‘신학적 토대에 뿌리내린 목회’를 지향하고 있다. 그는 “정해진 본문을 연구한 뒤 설교를 통해 교인의 삶이 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면 결국 교인들이 좋은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교인들은 정해진 예배시간 외에 교회에 나올 일도 많지 않다. 교회는 새벽기도회와 수·금요일 예배, 주일예배를 제외하곤 특별한 모임을 갖지 않는다. 매달 첫 주 토요일 온 가족 새벽기도회는 예외다. 이때는 모든 교인이 새벽기도에 와 성찬식에 참여한다. 이런 시간을 제외하면 교회에는 적막이 흐른다.

이 목사는 “많은 분이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교회도 늘 빈 채로 두는 걸 보고 적지 않게 놀란다”면서 “하지만 설교 중심 사역이 우리 교인들에게 가장 잘 맞는 만큼 앞으로도 이 사역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회 봉사에 대해서도 남다른 소신이 있다. 새 예배당에 입당한 뒤 교회 청소와 관리를 위해 관리위원장을 세우고 42명의 봉사자를 선임했다. 봉사자들에게 담당 구역을 정해준 뒤 시간표를 짰다. 이들은 1주일에 2시간만 교회에 나와 맡겨진 구역을 청소하면 된다. 정해진 것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봉사자들의 부담도 줄이고 계획적으로 봉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한다.

식당 봉사자들도 1년에 두 차례만 앞치마를 두르면 된다. 이 목사는 “봉사도 구체적으로 계획하면 봉사자들이 져야 할 부담도 줄고 효율도 높아진다”면서 “편하면서도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봉사 계획을 짜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교인들과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을 통해 주로 만난다. 교회에는 소그룹 모임인 셀 조직이 90여개쯤 있다. 이 목사는 매일 2개 셀의 교인과 줌으로 만나 대화를 나눈다.

강해설교를 통한 교인 양육에 집중해온 이 목사는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와 가장 잘 어울리는 목회 방법을 찾는 게 성장의 또 다른 열쇠”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교인을 동력화하는 방법이 어울리는 교회도 분명 있고 우리처럼 설교에 집중한 목회가 가능한 교회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교회가 하는 사역을 참고해 각자 교회에 가장 잘 맞고 어울리는 목회 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게 성공적인 목회의 첩경”이라고 조언했다.

건축을 마친 교회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교회 주변으로 대단지 아파트 재개발이 진행되는 것도 호재다. 교회의 1~2층을 통유리로 마감해 개방성을 높인 것도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이 목사는 “저층을 통유리로 마감해 주민들이 거부감 없이, 언제라도 교회를 찾아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 “교회가 지역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해 허파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