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이후 초래된 민주주의의 혼란에 대해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표면적으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다른 나라 언론에 미 대선이 화제의 중심이 되는 상황과 다르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할 것이다. 최근 미 대선과 관련해 중국 전문가 및 여론 동향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미국 내부의 많은 문제점의 원인을 외부 세계로 돌리며 중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민의 약 70%가 반중 감정을 갖고 있다. 중국 조사에서도 반미 정서가 역대 최고 수준(약 39%)을 나타내고 있다. 이전까지 중국인들은 미국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싶은 우수한 제도로 알았는데, 예측불허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으로 반감과 조롱의 감정이 섞이며 쇠락 가능성이 있는 제국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트럼프는 불복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중국에서는 혼란 과정에서 조작된 차이나 스캔들이 불거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통계를 기반으로 미 대선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더라도, 트럼프가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불복의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중국은 미국 내부의 분열 상황으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모두 패자가 됐고, 대규모 법률소송과 극단주의자에 의한 총기 사고 등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가능성은 작지만 하원에서 대통령이 선출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 언론은 대선 결과에 대해 법률적 결정이 있기 전까지 언급을 자제할 것이다. 200여년 전 설계된 미국식 선거인단 제도는 여러 모순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는 대규모 선거자금만 낭비하는 하나의 정치적 쇼로 전락했다. 고대 민주 도시국가 아테네는 권위주의 국가 스파르타와 펠레폰네소스 패권전쟁을 하며 쇠락 과정을 보였다. 이때 중우정치와 금권정치 그리고 전염병 현상이 나타났다.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 연임제한 규정을 폐지하면서 중국 인민들은 차기 지도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미국 민주주의의 혼란이 반면교재(反面敎材)가 되고 있다. 중국식 민주집중제가 경제성장을 위한 효율적 체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둘째, 중국 여론은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의 구조적 모순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 시기의 전략경쟁은 무역 관세 충돌을 시발로 과학기술과 군사안보 충돌로 전면 확장됐다. 시진핑 주석이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대국의 꿈으로 전략을 수정한 데 대한 미국의 견제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실제 경제력이 미국의 60%에 도달한 것도 사실이다. 바이든 시대에는 나토, 일본, 호주 등 동맹외교와 민주, 인권, 자유 등 가치외교를 통해 미·중 경쟁이 더욱 표출될 것이다. 중국으로선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선도적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차단하고 중국 포위망을 확장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셋째, 바이든 시대에는 우발적 충돌 요소가 줄어들고, 예측 가능한 구조적 경쟁 속에서 사안별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바이든은 역대 주요 중국 지도자와 친분이 두텁고, 시 주석과도 여러 차례 회담했으며, 중국을 방문해 중국 인민들의 지지를 끌어낸 호감 있는 지도자이다. 바이든은 글로벌 차원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 글로벌 공공재로서의 백신 개발과 보급 등 생명안전 쟁점에 대해 중국 등 주요국 및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할 것이다. 또한 제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설계한 자유무역 질서 재건에 지도력을 발휘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지원하며 코로나 사태 이후 개발도상국 경제부흥과 같은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박종철 경상대 사회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