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못참는 ‘버럭病’… 여권, 자중론 커진다

입력 2020-11-14 04:00 수정 2020-11-14 04:00
연합뉴스

여권 내부에서 ‘자중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 주요 인사들과 청와대 참모들의 행동과 발언이 문재인정부 후반기 개혁 과제 추진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진보 진영에선 추미애(사진)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자백법’ 추진을 비판하는 규탄 성명까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3일 “추 장관 논란으로 윤석열 검찰총장만 부각되지 않았느냐. 불필요한 싸움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수적 우위만 앞세우는 거대 여당’이라는 야권의 프레임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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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선 여당 상임위원장이 설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사진)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실장님, (야당 질의에) 그렇게 반응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제지했다. 노 실장이 야당 의원에게 “국민에게 살인자라고 한 적 없다. 어디서 가짜뉴스가 나오나 했더니 여기였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던 때였다. 노 실장은 지난 4일 “광화문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야당 의원 질문을 끊고 답변하는 추 장관에게 “질문을 다 들은 다음에 답변해 달라”면서 “좀 정도껏 하십시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추 장관의 격한 발언으로 검찰 개혁의 성과가 흐려지고 있다. 정 위원장의 일침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친문재인 강성 지지자들은 정 위원장을 향해 “어느 편이냐” “변절했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정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원활한 의사 진행을 위해 딱 한 마디 했더니 하루종일 피곤하다”며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정적인 여론을 키운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모두 인사조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한쪽만 (인사조치를) 하기에도 참 애매하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에 대해 “계속된다면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진보 진영의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추 장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자백법 제정 검토 지시에 대해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 방어권을 정면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에서 “과거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으로 폐기된 ‘사법방해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날 “법원의 공개명령이 있을 때만 공개의무를 부과하고,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일부 범죄에 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입법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양민철 나성원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