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와중에 또 대규모 집회라니

입력 2020-11-14 04:05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다시 200명에 가까워졌다. 13일 0시 현재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91명으로 엿새째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70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2차 유행 정점(8월 27일·441명)을 찍은 후 안정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확산하는 흐름이다. 지역 감염을 넘어 일상 감염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은 일촉즉발 상태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가 200명이라는 것은 잠복기와 검사 기간을 고려하면 열흘 전에 이미 200명을 넘었으며, 지금은 500~600명도 더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주말 전국적으로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것은 방역적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는 정부의 자제 호소에도 14일 전국적으로 10만명이 모이는 전국민중대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매년 11월 해오던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 등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 빈민대회 농민대회도 잇따라 열린다. 현행 방역수칙에 따르면 서울에는 100명 이상의 집회가 금지돼 있다. 민주노총은 집회 인원을 99명으로 쪼개서 서울역 공덕역 마포역 여의도 대방역 등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집회 지역이 인접해 있어 인원이 합쳐질 경우 대규모 감염 확산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0명과 99명은 육안으로 식별이 잘 되지 않아 정확히 인원을 지킬 지도 미지수다. 서울 외 지역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가능한 곳도 있어 1000명 이상이 모일 수도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집회가 광복절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 중심의 대규모 집회와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하루 확진자 수만 비교하면 광복절 때보다 지금이 훨씬 심각하다. 광복절 집회 전 일주일 평균 확진자 수는 50.6명, 오늘 집회 전 일주일 평균은 127.4명이다. 그런데도 광복절 때는 집회금지행정명령이 내려졌지만 이번엔 100인 이하만 모이면 집회가 허용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하나 ‘정치 방역’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이번 집회가 코로나 재확산의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노동자대회를 재고해야 마땅할 것이다. 방역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일 수 없다는 말을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