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대표 ‘지갑’된 펀드… 2%자금 넣고 70% 고수익

입력 2020-11-17 17:39 수정 2020-11-17 17:47
지난달 국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주목을 끌었던 옵티머스 편드의 자금 흐름도. 국민일보DB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케이프투자증권을 자금세탁에 집중적으로 이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옵티머스는 중도 인출이 불가능한 폐쇄형 사모펀드를 깨서 자금을 마음대로 옮겼고, 김재현 대표는 펀드에 2%대 자금을 넣고 70%대에 달하는 고수익을 챙겨가기도 했다.

폐쇄형으로 설정된 사모펀드는 만기 전 중도 자금인출이 불가능한 구조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그렇게 안내된다. 옵티머스 펀드 한 피해자는 “옵티머스 사태가 터지고 나서 불안하니 제발 자금 빼게 해달라고 판매사에 사정했지만, 폐쇄형 펀드라서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토로했다.

‘펀드 해지’도 옵티머스선 척척

그러나 예외적으로 판매사와 운용사 간 내부 규정을 이용해 중도 파기가 가능하다. 옵티머스는 이 규정을 악용해 폐쇄형 펀드를 빈번하게 깼다. 쿠키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 등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13건 중 폐쇄형 3건이 중도 파기됐다.

문제는 해지된 펀드에 코스닥 상장사 해덕파워웨이 자금이 반복적으로 투자됐다는 점이다. 옵티머스는 케이프 펀드를 이용해 해덕파워웨이 자금을 끌어오고, 자의적으로 옮겼다.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지배하던 회사다. 옵티머스와 관련돼 구속기소 된 윤석호 변호사가 이 회사의 감사를 지냈고, 그의 아내인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도 이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케이프펀드 이용 수익 챙겨

구속 수감 중인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는 케이프 펀드를 이용해 고액의 수익금을 차지하기도 했다. 중도 파기된 폐쇄형 사모펀드 3건 중 1건에 김 대표 개인 명의 자금 5억, 해덕파워웨이 자금 200억이 들어있었다. 해당 펀드의 수익률 배분 등급은 2개로 나뉘어 있었다. 김 대표에게 수익을 몰아주는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펀드 해지 당시 가져간 금액은 총 8억6400만원, 수익률은 72.9%에 달한다. 반면 200억원의 자금을 넣었던 해덕파워웨이 수익률은 2.84%에 그쳤다. 사모펀드 내 전체 투자 금액 비중으로 따져 보면 해덕파워웨이 자금이 97.56%, 김재현 대표의 자금은 2.44%였다. 전체 펀드에서 2%밖에 안 되는 규모의 자금으로 수익의 대부분을 끌어간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에서 챙겨간 금액으로 선물투자 및 이자비용, 부실회사 회사 전환사채 등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형사 골라 자금세탁 이용

옵티머스의 비정상적 펀드 파기는 케이프투자증권을 통해서만 이뤄졌다. 일단 펀드를 만들어 자금이 정상적으로 투자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다시 펀드를 깨고 자금을 마음대로 옮기는 방식이다. 옵티머스 펀드를 팔았던 대신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상상인증권 등에서는 폐쇄형 펀드가 중도 파기된 기록은 없었다. 이에 판매사 중에서 소형사를 골라서 자금세탁에 이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전직 직원은 “자금세탁에 작정하고 이용하려고 했다면, 대형사보다는 소형사가 편했을 것이다. 이상한 거래 패턴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쓸 수 있는 곳이 가장 편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옵티머스가 케이프투자증권을 여타 증권사들과 다르게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특징들은 더 있다. 옵티머스는 자기자금을 케이프 펀드에 빈번하게 넣었다가 인출했다. 케이프에서 설정된 13건의 펀드 중 8건에 옵티머스 자체자금 및 김재현 대표의 개인명의 자금이 들어갔다. 옵티머스가 거래한 증권사는 여러 곳이지만, 자기자금을 넣은 곳은 극히 드물었다.

자체 자금이 들어간 펀드 대다수가 옵티머스가 ‘먹잇감’으로 삼았던 기업들의 자금이 있는 곳이었다. 해당 펀드들에는 해덕파워웨이와 트러스트올, 성지건설, 스킨앤스킨 등 옵티머스의 자금 횡령 의혹에 휘말리거나, 공조한 기업들의 자금이 투자돼 있었다. 자기자금을 넣은 이유는 모자란 금액을 임시로 맞추거나, 필요할 때 함께 빼내는 데에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옵티머스의 이상 거래 징후를 몰랐을까.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는 (옵티머스 펀드를 가져다 판매한) 다른 증권사들과 전혀 입장이 다르다”며 “우리 회사에서 팔린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은 대부분 기관이고, 개인도 다 본인이 직접 옵티머스를 골라 지정한 것이기 때문에 소송 들어온 것이 전혀 없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에서도 우리 회사를 초기에만 조사했다”고 말했다.

폐쇄형으로 설정된 펀드가 케이프투자증권에서만 깨진 부분에 대해서도 “(펀드 해지도) 고객들의 입장일 뿐이기 때문에, 따로 체크해보거나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금감원·검찰 철저히 규명해야

이런 논란에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은 빠르면 지난 1월, 늦어도 지난 3월에 옵티머스의 부실 징후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시장 혼란을 이유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감독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금융감독원은 향후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함으로써 제2의 옵티머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도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철저히 수사함으로써 자본시장을 교란해 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세력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영의 쿠키뉴스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