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잡은 KT “승부는 지금부터”

입력 2020-11-13 04:08
KT 위즈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12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두산 베어스와 가진 2020시즌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쿠에바스는 8이닝 동안 1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연합뉴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한 번만 지면 창단 첫 가을야구를 3전 전패로 끝내는 벼랑 끝에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가 주문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의지, 그리고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군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와 같은 평상심이었다. 그 말이 선수들의 집념을 끌어낸 것일까.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가 감격적인 포스트시즌 첫 승을 신고하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반격에 나섰다.

KT는 12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두산 베어스와 가진 2020시즌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무득점 행진을 펼치던 8회초 5점을 뽑아 ‘빅이닝’을 만들고 5대 2로 승리했다. 5전 3선승제인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뒤 1승을 거둬 반격했다. 승부는 이제 13일 오후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으로 넘어갔다.

여전히 유리한 쪽은 두산이다. 지금까지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16개 팀 가운데 14개 팀이 한국시리즈로 진출했다. 그 확률은 87.5%나 된다.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연패 후 역전으로 시리즈 승리)의 확률은 12.5%다. 1996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상대한 현대 유니콘스, 2009년 두산을 꺾은 SK 와이번스만이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KT는 이 낮은 가능성을 안고 사상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KT의 이날 승리는 2013년 창단하고 7년 만이자 2015년에 1군으로 합류하고 6시즌째에 수확한 포스트시즌 첫 승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KT는 윌리엄 쿠에바스,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로 모두 외국인 에이스를 선발로 투입해 마운드에 가장 큰 힘을 실었다. 결국 투수전이었다. 쿠에바스가 4차례, 알칸타라가 3차례 삼자범퇴를 잡을 만큼 마운드 싸움은 팽팽했다. 두 팀은 7회까지 무득점 행진을 계속했다.

8회말 2사 1·3루에서 무득점 투수전 양상을 깨고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는 KT 4번 타자 유한준. 연합뉴스

이 흐름은 두 팀 선발의 투구 수가 100구 이상으로 넘어간 8회에야 깨졌다. KT가 그 기회를 먼저 잡았다. KT 4번 지명타자 유한준은 8회초 2사 1·3루에서 유격수 오른쪽으로 흐른 2루타를 쳐 3루 주자 황재균을 홈으로 불렀다. 알칸타라의 105구째. 알칸타라는 이 적시타를 맞자마자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KT는 이어진 2사 1·3루에서 3루 주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두산 포수 박세혁의 포일로 홈을 밟고, 배정대의 2타점 중전 적시타, 장성우의 1타점 좌전 적시타로 5점을 뽑아 승부를 갈랐다. 두산은 8회말 오재원, 9회말 김재환의 솔로홈런으로 점수를 만회했지만 이미 KT 쪽으로 기울어진 승부를 되돌리지 못했다.

쿠에바스는 8이닝 동안 103구를 던지면서 3피안타(1피홈런) 1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최우수선수(MVP)도 쿠에바스의 몫이 됐다. 알칸타라는 7⅔이닝 동안 7피안타 3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올해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20승에 도달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4연전, 올해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2연전에 이어 전날 KT와 2차전까지 2년에 걸쳐 연결한 포스트시즌 연승을 8경기로 끝냈다. KIA 타이거즈의 전신 해태가 1987~1988년 작성한 포스트시즌 최다 기록(9연승)까지 1승 앞에서 멈춰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