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틀 짜자” 야권재편 불피운 안철수… ‘금안 연대’ 솔솔

입력 2020-11-13 00:09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좋은세상으로’ 정례 세미나에서 야권의 혁신 플랫폼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학교 운동장에 머무르지 말고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만들자”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누구와도 손잡아야 한다”고 정권교체 구상을 밝혔다. 안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기본 틀이 마련된다면 문지기라도, 청소라도 하겠다. 저를 위한 운동장을 만들자고 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 ‘더좋은세상으로’(마포포럼) 초청 강연에서 자신의 ‘야권 혁신 플랫폼’ 제안에 대해 “느슨한 연대에서부터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모두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를 위한 ‘범야권 끝장토론’도 제안했다.

안 대표와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했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안 대표와 손을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현 정권에 비판적인 중도 세력까지 합쳐 새로운 정권교체의 틀을 짜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금 전 의원도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대표는 “아직 접촉한 적은 없다”면서도 “현 정부의 방향에 반대하는 진보적 성향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안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 같은 분이 혁신 플랫폼에 들어오면 야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안 대표는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한 윤 총장에 플랫폼 참여를 제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일단 윤 총장 본인이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윤 총장의 높은 지지율을 통해) 현 정부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국민들이 알게 되신 것”이라며 “그런 분이 함께 플랫폼을 만들어가면 정말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에선 안 대표가 제안한 플랫폼에 국민의힘뿐 아니라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를 포함한 중도층까지 포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당의 서울시장 후보 선출도 안 대표의 혁신 플랫폼 구상과 맞물려 논의될 수 있다”며 “금 전 의원이야말로 오만한 여권, 줄서기에 급급한 여권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금 전 의원의 합류를 기대했다. 안 대표는 이날 자신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생각은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다만 안 대표의 야권 플랫폼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과도 야권 전체에 이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며 “국민께 그런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는 공간으로 안 대표의 혁신 플랫폼이 작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안 대표의 야권 재편론에 대해 “우리 당이 어느 한 정치인이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한다고 거기에 휩쓸리거나 할 정당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안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동의받기 쉽지 않은 제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 전 의원이 안 대표의 운동장에 들어갈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 금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 합류하며 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가 안 대표와 사실상 결별했다. 다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임박해 국민의힘과 안 대표, 금 전 의원이 연대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