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진 투성이 비정규직 노동자 사진 ‘충격’… “성능 좋은 방진 마스크로 교체 해달라”

입력 2020-11-13 04:02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면서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자 얼굴이 시커먼 분진으로 뒤덮여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앞둔 12일 현대자동차 전북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검은 분진을 뒤집어쓴 사진을 공개했다. 회사 측에서 품질이 좋지 않은 마스크를 제공해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전북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이 같은 사진 여러 장을 공개하며 “회사에서 제공한 마스크 성능이 부실해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13일 공장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전주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사진을 공개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용차를 생산하는 공장 하청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공장의 설비를 유지하거나 보수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방진 마스크의 성능을 문제삼았다. 항상 철이나 유리가루가 섞인 미세 분진에 노출되는 작업 환경이라서 반드시 방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 최근 회사가 성능이 좋지 않은 다른 마스크를 제공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회사 측이 마스크 교체 요구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현대차 전주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기계조차 제대로 돌아가기 힘든 열악한 환경 속에 노동자들이 쓰레기 마스크를 쓰고 분진을 그대로 들이마시고 있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지난 9일부터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마스크를 교체해달라는 요구에 전혀 응답하지 않는 회사 측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이전에 지급하던 마스크는 수입품이라 수급이 좋지 않아 품질인증을 받은 KSC 방진 마스크로 교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종로구 전태일 동상 모습. 연합뉴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에게 최고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노동계 인사에게 무궁화장이 추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라며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지웅, 임성수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