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서울고검의 기소 과정을 사실상 감찰하라고 지시하면서 대검찰청 감찰부가 조사하는 사건이 최근 3주 만에 총 4건이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정 사건마다 감찰 카드를 꺼내는 추 장관의 행동에 감찰권 남용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가 유독 정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배제 결정을 미루는 것은 그간 전례에 비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추 장관이 대검 감찰부에 진상 조사를 지시한 사건은 최근 3주 만에 4건으로 늘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2일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팀의 검사 술 접대 비위 은폐 의혹, 야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감찰을 지시했다. 닷새 뒤인 27일엔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 무혐의 처분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에 대한 감찰 지시도 지난 6일 이뤄졌다.
검찰 구성원들은 검찰을 겨냥한 법무부의 거듭된 감찰권 행사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국가기관의 장이 민감한 사건에 대해 감찰로 통제하려는 것은 지휘권자의 역할을 상실한 것”이라며 “스스로 조직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 의혹 제기가 이뤄진 사안을 마치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판단하고 감찰을 지시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추 장관은 정 차장검사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언론 보도를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대검 감찰부에 기소 과정의 적절성을 따져보라는 지시는 검찰 수사에 사실상 관여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 결과를 낼 경우 감찰권 행사로 검찰 처분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는 “명백한 수사 개입이자 법치주의가 50년은 후퇴했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가 그간 비위 검사에 대해 기소 이전 단계에서부터 곧바로 직무배제에 나선 점을 고려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2010년 ‘스폰서 검사 의혹’에 연루된 현직 검사장들에 대해 즉각적인 직무배제 조치를 내렸고, 2018년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검사 2명도 직무에서 배제했다. 한동훈 검사장도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 되자마자 직무에서 배제됐다.
법조계는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힘을 실어준 사건의 수사를 하다 기소된 정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배제를 스스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검찰에서는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과정에 갑자기 달려든 것은 추 장관의 지시에 압박감을 느끼다 발생한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추 장관은 그간 윤 총장이 자기 사람 감싸기에 나선다고 지적해왔는데 오히려 이번엔 자신이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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