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첫 정상 통화를 통해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긴밀한 소통과 협력에 뜻을 모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방점을 둔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강조하면서 우선순위가 미묘하게 다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당선인과의 통화 직후 SNS에 “굳건한 한·미동맹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당선인의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특히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어떠한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도 이날 ‘한·미동맹’을 강조했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축(린치핀)’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다.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와 번영의 린치핀으로서 한·미동맹(the U.S.-ROK alliance as the linchpin of security and prosperity in the Indo-Pacific region)”이다. ‘북한(North Korea)’이라는 단어는 기후변화 등 여러 현안과 함께 딱 한 차례 등장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린치핀’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처럼 중국 압박을 의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언급은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인도·태평양 4개국의 다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통해 대중국 압박을 해왔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인도·태평양’은 해당 지역을 지리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 강화’와 ‘방위공약 유지’를 강조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처럼 주한미군 철수 압박,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무리한 요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한미군 문제나 방위비 분담금 같은 실무적 사안은 이날 통화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면서도 “방위공약 유지는 바이든 당선인이 그동안 ‘동맹을 갈취하지 않는다’고 말한 맥락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통화는 ‘굉장히 우호적이었고 편안했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자서전에 나오는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의 시 ‘트로이의 해법(The cure at troy)’을 인용해 축하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각별한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한국을 극찬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한국과 같이 대응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고 있어 길이 열리고 있으며, 지금부터 신 행정부 출범 시까지 코로나 억제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보다 30분 늦게 바이든 당선인과 통화한 것과 관련해 “우리가 9시에 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 간 통화는 상호 조율에 따라 편안한 시점에 하는 것”이라며 “누가 먼저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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