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선주자 여론조사의 지지율 추이가 ‘제로섬 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중도·보수층 표심 향방에 따라 윤 총장 지지율이 오르면 이 지사 지지율이 떨어지고, 이 지사 지지율이 오르면 윤 총장 지지율이 떨어지는 식이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7~9일 쿠키뉴스 의뢰로 진행한 차기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윤 총장은 24.7%,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2.2%, 이재명 지사는 18.4%를 기록했다. 윤 총장은 수도권과 야당 지지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윤 총장의 급상승은 이 지사를 지지하던 중도·보수 성향의 지지층이 윤 총장에게 넘어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지사는 중도·보수와 함께 야당 지지층, 즉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를 원하는 쪽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 지지층이 윤 총장 지지층과 겹치면서 제로섬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이 지사의 지지율을 흡수한 배경에는 야권의 대안 부재 상황에서 윤 총장과 여권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윤 총장이 문재인정부의 대항마처럼 인식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 지지율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대 지지율이 몰린 것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추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과 이 지사 지지율의 상관관계는 여권의 또 다른 유력 주자인 이낙연 대표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콘크리트 지지층’인 호남과 문재인정부 지지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2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윤 총장의 상승세에도 이 지사에 비해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얘기다. 이 지사로서는 윤 총장 현상이 계속 이어질수록 여권 내 대권 경쟁에서 다소 불리해질 수 있는 셈이다.
한 의원은 “윤 총장 지지율은 대통령 윤석열을 보고 싶은 민심이 아니라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대 의사를 보여줄 뿐”이라며 “결국은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고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