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야? 가전이야?” 가전 전시장을 본 40대 주부 A씨의 얘기다. 시선을 사로잡는 각양각색의 가전이 세련된 가구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요즘 가전 제조사는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인테리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나 가구사와 협업한다. 업계 관계자는 15일 “가전 기능만으로는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기술과 디자인이 최적으로 조합된 제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일단 원하는 대로 색상과 구성을 고를 수 있는 제품이 많다. 대표적인 가전이 냉장고다. 삼성전자가 판매 중인 비스포크 냉장고는 제품 타입, 소재, 색상 등을 소비자가 주문할 수 있다. 제품 타입은 1도어에서 4도어, 김치냉장고 등 모두 10가지 중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주택구조, 취향 등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화이트, 베이지, 라벤더, 버건디 등 15가지 색상을 도어패널에 입힐 수 있다.
이사할 경우 새집의 인테리어에 맞게 도어패널을 바꿀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가구 전문 회사 한샘과의 협업을 통해 긁힘을 방지하는 페닉스 소재를 전자제품에 처음 적용했다. 지난해는 김종완, 김충재, 문승지 등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했고 올해는 프랑스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티보 에렘과 협업한 패널을 선보였다.
비스포크 콘셉트는 식기세척기에도 적용돼 인덕션과 직화 오븐, 전자레인지에는 비스포크 컬러를 도입했다. 삼성 비스포크 인덕션은 상판과 조작부에 서로 다른 색상·재질이 적용된 듀얼 글라스 디자인과 비스포크 색상을 적용했다. 올해 출시한 셰프컬렉션은 이탈리아 금속가공 명가와 협업했고, 내부 수납구조도 시스템가구처럼 모듈화했다.
LG전자는 최근 가전과 가구를 결합한 출시한 융복합가전 ‘LG Objet Collection(LG 오브제컬렉션)’을 출시하고, 집안 인테리어에 맞춰 재질과 색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상냉장·하냉동냉장고, 빌트인타입 냉장고, 김치냉장고, 1도어냉장·냉동·김치컨버터블냉장고, 식기세척기, 스타일러 등 생활가전 전반에 걸쳐 LG오브제컬렉션 신제품 11종을 출시했다.
상냉장·하냉동냉장고의 경우 도어 3개 각각에 색상을 입혀 조합하면 모두 145가지가 나온다. LG전자는 LG오브제컬렉션의 색상을 정하기 위해 세계적 색채연구소 미국 팬톤컬러연구소(Pantone Color Institute)와 오랫동안 협업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LG SIGNATURE)’는 이탈리아의 명품 가구 브랜드 몰테니앤씨(Molteni&C), 주방용 가구 브랜드 다다(Dada)와 함께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준비 중이다.
‘가구 같은 가전’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획일적인 트렌드 제시보다는 소비자의 선택지가 더 다양해지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