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미래 VIP 모셔라… 스니커즈·스포츠관 확장 ‘러시’

입력 2020-11-15 20:03
저렴한 생필품부터 값비싼 명품까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통칭)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오기 위한 백화점들의 변신이 계속 되고 있다. 변신의 핵심 키워드는 스포츠와 스니커즈로 요약된다. 등산, 헬스 등 운동을 일종의 문화로 소비하며 편안한 옷을 선호하고 스니커즈에 열광하는 MZ세대의 취향에 맞춘 변화다.

15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잠재적 VIP 고객인 MZ세대를 위해 기존의 백화점 매장 구성을 탈피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에 맞춰 ‘체험’에 방점을 찍고 보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 데 모아 경험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쇼핑을 온라인으로 하는 MZ세대에게 백화점 쇼핑은 메리트가 없는 경험”이라며 “이들이 한 번이라도 백화점을 찾아오도록 하려면 체험형 매장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관의 대형화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여가생활로 운동을 즐기며 편안한 복장을 선호하는 MZ세대가 스포츠 의류를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선 지난해 스포츠 카테고리 매출 중 2030세대의 비중이 3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9월 중동점 유플렉스를 리뉴얼 오픈하며 4, 5층에 마련한 ‘스포츠 전문관’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지난 13일 리뉴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기존 스포츠관보다 25% 확장한 625평 규모로 스포츠관을 마련해 총 35개의 브랜드를 넣었다. 여기에 최신 스트리트 패션을 소개하는 팝업 존 ‘더 스테이지’를 마련하고 3주 간격으로 다양한 스트리트 스포츠 브랜드를 발굴해 보여줄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9월 중동점 유플렉스를 11년 만에 리뉴얼하면서 4, 5층에 수도권 최대 규모의 스포츠 전문관을 구성하고 국내외 34개 스포츠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스포츠 브랜드 중에서도 스포츠와 스니커즈의 교점에 서있는 ‘나이키’는 항상 리뉴얼 과정에서 크기를 키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스포츠관에선 나이키 매장이 기존 영업 면적 대비 2~3배 이상 커졌고, 현대백화점 중동점 유플렉스에도 나이키 스포츠가 217평 규모의 체험형 매장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8월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엔 340평 규모의 초대형 나이키 매장 ‘나이키 명동’이 오픈했다. 나이키 명동은 고객이 매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요소들을 극대화한데다 조던 시리즈와 에너지 라인의 한정판 상품을 선보이며 MZ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지난 7월 ‘2분 완판’ 기록을 세운 신세계 분더샵 ‘케이스스터디’와 샌들 전문 브랜드 ‘크록스’의 협업 상품인 ‘클래식 클로그’. 케이스스터디 제공

컨버스, 반스, 라코스테 등 MZ세대가 열광하는 스니커즈 브랜드를 한 데 모은 ‘존(zone)’이나 편집숍이 들어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MZ세대가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열정을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스니커즈기 때문이다. 신세계 분더샵의 스니커즈 중심 편집매장 ‘케이스스터디’에서 지난 7월 출시했던 ‘케이스스터디×크록스 클래식 클로그’ 샌들이 2분 만에 완판됐던 것이 일례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4월 새롭게 선보인 프리미엄 스니커즈 편집숍 ‘스니커바(SNEAKER BAR)’의 오픈 첫날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이런 흐름을 반영해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이번 리뉴얼에서 85평 규모의 스니커즈 전문 공간 ‘스니커즈 코트’를 마련했다. 기존엔 각각 흩어져있던 스니커즈 브랜드 여러 개를 한 공간에 모아 제시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신촌점과 목동점에 위치한 패션 편집숍 ‘피어(PEER)’에 스니커즈를 한 데 모은 별도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스니커즈 카테고리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프리미엄 스니커즈 편집숍 ‘스니커바’를 오픈했고, 리뉴얼이 진행 중인 영등포점 1층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아웃오브 스탁’을 입점시켜 다음 달 오픈할 계획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향후 구매력을 갖추면서 주요 소비층이 될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변화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