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은퇴 후 제2의 삶 설계에 업계도 지원해야”

입력 2020-11-12 19:04

오지환 팀 다이나믹스 대표는 “프로게이머들의 은퇴 후 진로 설계를 위해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프로게이머가 2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은퇴하지만 자신의 경력을 살려 제2의 삶을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e스포츠 재도약을 말하다’ 포럼 토론회에는 오 대표를 비롯해 김목경 샌드박스 게이밍 감독, 김혁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이도경 더불어민주당 이상헌의원실 비서관, 이종엽 젠지 e스포츠 이사, ‘갱맘’(게임상 닉네임) 이창석 코치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오 대표는 “프로게이머의 정년은 5년 이내가 평균”이라며 “선수들이 은퇴 후 게임단에서 근무하거나 개인방송인으로 전업하기도 하지만 이는 온전히 선수 개인의 능력으로 이뤄낸 것일 뿐이다. 업계는 재교육 등을 통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로게이머의 60~70%가량은 입대와 동시에 커리어가 중단된다. 이후엔 커리어라 부를 만한 직업을 못 찾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대학이 선수들의 은퇴 후 진로 설계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e스포츠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들 대학이 선수의 은퇴 후 재사회화를 돕는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과정을 개설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감독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올해 롤드컵을 보더라도 한국을 제외한 국가들에선 이미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면서 유망주 기용을 꺼리는 국내 게임단들의 소극적 태도가 한국 e스포츠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감독은 “국내에서 자리잡지 못한 선수들이 해외에서 성공하는 케이스가 많다”면서 “올해 롤드컵을 들어올린 담원 게이밍 역시 1부 리그 팀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아마추어 선수들을 육성해 세계를 제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담원은 지난달 31일 e스포츠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롤드컵에서 우승했다.

이 이사는 한국 e스포츠가 장기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당장의 승리에 집착하면 선수와 시스템, 팀, 사업 분야에서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면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전략을 채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콘진원과 문체부, 각종 협단체, 게임단, 종목사 등 다양한 e스포츠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면서 e스포츠와 관련한 각종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장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일 잘하는 프런트(사무국)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올여름 국내 게임단의 영입 제의를 고사하고 터키팀에 입단한 바 있는 이 코치는 “당시 나는 선수들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곳으로 가야 한다고 느꼈다”면서 선수단과 코치진, 사무국 간의 하모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비서관은 국내 e스포츠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e스포츠는 시장이 선도해야 하고, 국회와 정부는 그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팬들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주셔야 업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