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발맞춰 국내 금융권에서 친환경 경영과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확산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만큼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12일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 대응키 위해 ‘탈석탄 금융’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앞으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직접적인 투자나 융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화재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관련 보험도 인수하지 않을 계획이다.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은 석탄 채굴·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배제 등을 포함한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다음 달부터 업무에 적용한다.
지난 9월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관련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 채권 인수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파리 기후협약 등에 적극 동참하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SG 요소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 투자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12일 KB증권은 환경경영점수가 우수한 100개 종목에 투자하는 ‘KB KRX ESG Eco ETN’을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국내에 처음 출시한 ESG 펀드인 ‘슈로더 글로벌 지속가능 성장주 펀드’의 누적 판매 잔고는 100일 만에 100억원을 돌파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채권형 ESG 펀드인 ‘한화 ESG 히어로 펀드’를 최근 출시했다.
올해 출시된 2차전지·전기차·풍력 기업에 투자하는 ‘NH-아문디 100년 기업 그린코리아 펀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아름다운 SRI(사회적책임투자) 그린 뉴딜’ 등도 ESG 펀드에 해당된다.
친환경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 향후 ESG 경영과 투자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ESG 자산은 40조 달러(지난 6월 기준)를 돌파했다”며 “ESG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고려하면 기업들에 ESG는 이제 ‘생존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는 친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며 “2분기 이후 국내에서도 SRI 관련 펀드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선 ESG 시장이 초창기인 만큼 ‘무늬만’ ESG인 상품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한계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 일부 ESG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KODEX200과의 상관관계가 0.96에 달하는 등 일반 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며 “ESG 투자 원칙에 따라 운용되지 않는 상품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