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강한 게 아니라 담원이 강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에서 막을 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인 담원 게이밍이 우승컵을 들었으나 국내 e스포츠 팬들의 표정은 냉큼 밝아지지 않았다. 내년에라도 얼마든지 롤드컵을 내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 같은 불안은 비단 ‘LoL’뿐만 아니다. 한국이 상향 평준화된 생태계 속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스템적으로 정비할 수 있을지 정부와 국회, 업계 관계자, 선수 등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이상헌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국민일보가 주관한 ‘한국 e스포츠 재도약을 말하다’ 포럼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게임포럼, 한국e스포츠협회가 이번 포럼을 후원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많은 국민이 게임을 통해 위로받고 있다. 게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현시점을 “e스포츠산업 발전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정부는 e스포츠산업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동호인 리그, 대학 리그 등 아마추어 대회를 통해 지속해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포럼을 통해 한국 e스포츠가 재도약할 기회가 열리기 바란다. 정부도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상헌 의원은 개회사에서 “e스포츠 강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최근 위기라고 한다. 얼마 전 세계대회에서 우리나라 팀이 우승했지만 팀이 잘한 것이지 한국 e스포츠가 잘한 게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면서 “뛰어난 인재를 바탕으로 시스템이라도 앞서야 한다.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조승래 의원은 “세계 e스포츠 역사는 대한민국 e스포츠 역사와 같다. 20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니셔티브를 가져갔다”면서 “후발자의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제는 상당 부분 따라잡혔다. 20년간 축적해온 교훈과 자산을 활용해 대한민국 e스포츠가 어떻게 한 단계 나아갈 것인가를 계속 논의해 나가자”고 밝혔다.
변재운 국민일보 사장은 “BTS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20년 전 여중생들이 TV 리모컨을 쥐게 되면서 대중문화가 꽃폈다고들 한다”면서 “e스포츠도 비슷하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주목을 받으며 대중의 관심이 늘고 있다. 이제는 인식을 타파하고 전방위적 관심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자리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본행사는 주제발표와 패널토의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이종엽 젠지e스포츠 이사가 세계적인 경기력 상향 평준화 추세 속 한국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종엽 이사는 최근 LoL,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 국제 e스포츠 대회에서 한국 팀이 좀처럼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사례를 들며 “사실 한국은 쫓아가는 처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유럽, 북미와의 근본적인 시장 차이에 대해 “인구를 늘린다든지 사기업의 투자를 강제할 순 없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내린 키워드는 인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과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올해 대한민국이 롤드컵을 우승했다. 그러나 내년 롤드컵은 중국에서 열린다. 롤드컵이 대한민국을 떠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e스포츠의 거버넌스 형성’을 주제로 김혁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이 발제에 나섰다. 김 본부장은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 기틀을 마련했지만 최근 시장의 무게중심이 해외로 이동한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재도약할 기회는 있다. 한국의 팀과 선수들은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계방송 등에서 세계 팬들의 관심 또한 높다. 또 하나의 한류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중·일 e스포츠 대회를 내년에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성공적 개최를 통해 ‘e스포츠 표준’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다니엘 윤민섭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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