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열사에 최고훈장… 文 “노동존중 사회 의지 표현”

입력 2020-11-13 04:03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된 전태일 열사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식에서 추서판에 부장을 걸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전태열 열사 50주기를 앞두고 전태일 열사에게 최고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노동계 인사에게 무궁화장이 추서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에서 진행된 추서식에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 전 의원과 태삼, 태리씨가 참석해 훈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오늘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라며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10 기념식 당시 아들을 잃고 평생 노동운동에 앞장섰던 모친 고 이소선 여사에게 모란장을 추서한 바 있다.

추서식에는 유족 외에 당시 열사와 ‘삼동친목회’로 활동했던 친구 최종인 이승철 임현재 김영문씨,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1970년 11월 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발하고 자신의 몸을 불사른 열사의 삶을 회고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에 위치한 전태일 열사 동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서영희 기자

문 대통령은 “열사가 분신한 1970년 당시 고3이었다”며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뜨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나중에 노동변호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촛불 정부가 노동중심 사회를 위해 앞장서주셔서 고맙다”며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한 전태일은 지금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시겠지요”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열사의 분신으로 수없이 많은 전태일이 살아났다”며 “노동존중 사회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문 대통령은 전태일재단 제공으로 청와대 로비에 전시된 초판본 ‘전태일 평전’과 ‘태일피복 사업계획서’ 사본 등을 열람했다. ‘전태일 평전’은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열사에 대한 최초의 평전이고, ‘태일피복 사업계획서’는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모범 업체를 꿈꾸며 1969년 겨울부터 70년 봄까지 기록한 글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