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택배사별로 하루 최대 작업시간을 정해 그 한도에서 작업하도록 유도하고 주간에 근무한 택배기사에 대해서는 오후 10시 이후 배송 제한을 추진키로 했다. 노사 협의를 거쳐 토요일 휴무제를 도입하는 등 주5일 근무제 확산도 유도한다. 택배사와 대리점의 택배기사에 대한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고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을 확대하는 대책도 포함됐다. 주6일, 하루 평균 12.1시간 근무가 대부분인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막으려면 근무시간을 줄이는 건 당연하다. 산재보험 가입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가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무시간 단축과 관련된 대책들은 대부분 택배사에 권고하는 수준이어서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택배기사가 장시간 근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책은 죄다 미뤘다. 과중한 업무 부담 원인으로 지목되는 택배 분류작업의 경우 노사 의견 수렴을 통해 명확화·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업무 부담을 줄일 계획이라는 식이다. 건당 배송 수수료가 수입인 택배기사들이 수입 감소를 꺼려해 근무시간 단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근무시간을 줄이고도 수입이 크게 줄지 않으려면 배달 수수료를 올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불명확하다. 택배사가 대형 화주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인 ‘백마진’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저가 경쟁 입찰에 의존해 온 택배사와 수익이 줄어드는 화주들의 반발을 넘어야 해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시간, 심야 배송 제한, 분류작업 기준 등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택배 사업자 인정 요건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표준계약서에 담길 내용도 중요하지만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택배사와 대리점에게만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은 결국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는 만큼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택배 운임 인상을 열어두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
[사설] 핵심 과제는 미루고 권고에 그친 택배노동자 대책
입력 2020-11-1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