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납치·성폭행범 조두순의 피해자였던 나영이(가명)의 가족들이 결국 안산을 떠난다.
피해자 아버지 A씨는 12일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보름 전쯤부터 이사할 집을 구하기 시작해 최근 다른 지역 전셋집을 찾아 가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를 할지 말지 가족회의를 했는데 아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조두순 출소 소식 이후 같은 생활권에서 언제 마주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불안감에 잠을 못 자고 악몽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며 “아이가 ‘도저히 여기서 살 자신이 없다’고 하는데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계속 안산에 남으려고 했던 것은 피해자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다”면서 “그러나 아이도 힘들다고 하고, 이웃 주민들에 대해 미안함도 커서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조두순에 대한 분노는 숨기지 않았다. A씨는 “조두순이 조금이라도 반성을 했다면 안산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그건 짐승만도 못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가해자는 멀쩡한데 왜 피해자와 주민들이 벌벌 떨고 떠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영이 가족이 이사를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모금 운동의 도움이 컸다. A씨는 “2억원 넘는 돈이 성금으로 들어왔는데 여러분이 도움을 주시지 않았다면 이사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8년 12월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두순은 오는 12월 13일 출소한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