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여 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사라진 줄 알았던 남산 회현자락의 한양도성(사적 제10호) 유적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조선시대 도읍지 경계인 한양도성 축성의 역사부터 일제강점기 훼손, 해방 이후 도시화 과정 등 수백 년에 걸친 역사 층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유적을 발굴 상태 그대로 보존·정비해 연면적 4만3000여㎡ 규모의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을 조성 완료하고 시민들에게 12일부터 무료로 개방했다고 밝혔다. 시는 2009년부터 남산의 역사성과 자연성 회복을 위한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을 3단계로 나눠 추진해왔다. 힐튼호텔 앞 아동광장 일대 성곽 34m를 발굴한 1단계 사업, 백범광장 일대 성곽 42.4m를 발굴한 2단계 사업, 중앙광장 일대 성곽 189.3m를 발굴한 3단계 사업을 완료했다.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은 이중 3단계 사업으로 발굴한 중앙광장 일대 성곽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공간이다. 12일부터 전시관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내년 11월 실내시설(전시안내센터)를 준공해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시관에 설치된 관람데크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한양도성과 서울의 역사를 시간 흐름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전시관 중앙엔 약 189m에 이르는 조선시대 한양도성 성벽이 눈에 들어온다. 성벽 중간 멸실된 구간 왼편엔 일제가 식민통치수단으로 건립한 조선신궁의 배전 터가 자리 잡고 있다. 터 옆엔 1969년 생긴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남산 분수대가 있다. 멸실 구간 오른쪽엔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방공호도 볼 수 있다. 성벽 끝 쪽엔 조선시대 축성과 관련된 글을 새긴 돌 ‘각자성석’도 있다.
서울시는 2013~2014년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한양도성 성벽 유구 2곳과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조선신궁’ 배전 터, 현장에 남아있던 분수대 등을 보존 정비해 ‘한양도성 유적전시관’로 조성했다. 유적 보호시설(보호각)은 외벽 없이 기둥과 반투명 경량 지붕재료를 사용해 유적을 온전히 보호하면서 남산경관 훼손을 최소화했다.
전시관은 3~10월 오전 9시~오후 7시, 11~2월 오전 9시~오후 6시에 이용할 수 있다. 해설 프로그램(한국어·영어)도 상시 운영된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한양도성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한양도성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전시관은 600여년 한양도성 역사와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