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원(49)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교수가 사회사 관점으로 공의회를 풀어낸 ‘공의회 역사를 걷다’(비아토르)를 최근 펴냈다. 2018년부터 2년 연속 국민일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와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를 펴낸 지 1년 만이다. 인문학적 시선으로 기독교의 원형인 초대교회와 한국교회 현실을 날카롭게 조명했던 그가 이번엔 공의회란 개신교에 다소 낯선 주제를 꺼내 들었다. 가톨릭 전통으로 여겨지는 공의회 역사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혜안을 얻을 수 있을까. 캐나다에 거주 중인 최 교수를 지난 11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책 주제로 공의회를 택한 이유는.
“이번 책에선 사회사의 관점에서 공의회 역사를 읽어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한국교회가 교회나 교리 수호의 수준을 넘어 사회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중세교회사는 기독교 역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가톨릭 역사라고 외면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중세교회사의 한 축을 담당한 공의회 역사를 보며 시대 변화 속에 교회가 어떤 고민을 해왔는가를 살펴보면, 급속히 변화하는 한국사회에서의 교회 역할과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책은 서유럽 가톨릭교회가 형성된 후 열린 14차례의 공의회를 다룬다. 한국교회에 강조하고 싶은 공의회가 있을까.
“19세기와 20세기 중반에 열린 제1·2차 바티칸 공의회다. 약 100년의 간격을 두고 열린 두 공의회는 교회가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상반된 방식을 보여준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 당시는 프랑스혁명과 마르크스주의, 진화론이 등장해 거대한 사회적 격변에 둘러싸인 때였다. 이때 가톨릭교회는 대담하게 세상으로 들어가는 선택보다, 천상의 신비 뒤로 숨는 결정을 내린다. 교황무류설(敎皇無謬說)과 같은 시대착오적 교리를 선포한 게 단적인 예다. 반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1·2차 세계대전 이후 근대 세계에서의 교회란 무엇이며, 기독교 신앙이 인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했다. 사회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혁신적 전환을 추구하며 겸손히 사회의 변화에 귀를 기울였다. 두 공의회를 비교하면 오늘날 한국교회는 둘 중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공의회 역사를 보면 교회의 결정이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고, 사회 변화도 교회에 큰 영향을 끼친 걸 알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 가운데 교회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가치는.
“제도 교회는 세속과 유의미한 상호작용 속에 끊임없이 탈바꿈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중요한 건 ‘교회가 지금도 사회의 가장 낮은 자를 위해 살았던 그 본원적인 복음의 가치에 천착하는가’다. 그저 현 상태를 지키는 것이 교회의 목적이 되면 교회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다. 한국교회가 주안점을 둬야 할 사역은.
“목회자 중심의 세계에서 수동적으로 존재하던 평신도의 사고와 행동이 앞으로 크게 변하리라고 본다. 온라인 예배가 활성화되는 등 절대적으로 유지되던 기존 구조가 허물어졌다. 이제 좋은 신자는 올곧은 신앙과 함께 이 사회와 조응하는 ‘좋은 시민’이 돼야 한다. 한국교회가 책임 있는 시민의식도 키워내길 기대한다. 또 제도 종교인 기독교는 인류와 지구가 겪는 고난에 관한 문제에 답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는 정치·사회·경제적 해법으로만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세계관의 성찰이 필요하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던져주고, 스스로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노력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역사를 더듬어 보면 어둠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빛을 찾아간 사람들의 피와 땀이 역사를 바꿨다. 교회사나 사회사나 예외는 없었다. 기독교인이 교회의 변화를 위해 애써야 하는 이유는 현 상황이 어떻든 희망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적 당위이기 때문이다. 낯선 전통인 공의회를 통해 겸손히 우리가 선 자리를 점검하고 교회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