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닥… 부산시장 보선 쟁점 부상

입력 2020-11-12 04:02
11일 오후 부산 중구 유라리광장에서 부산·울산·경남 시민단체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취소하고 가덕신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시민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법제처 유권해석을 거쳐 김해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부산 표심을 잡기 위해 중대한 정책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제처는 김해신공항 안전 문제와 관련 “장애물 절취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법제처 유권해석의 ‘장애물 절취’란 김해공항 주변의 산을 깎는 일을 말한다.

그동안 부산·울산·경남 지자체들은 비행기가 임호산, 경운산 등 주변 산들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김해신공항을 반대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했다. 반면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의 안전 문제가 크지 않고 산을 절취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해 왔다. 법제처가 장애물 절취에 대해 국토부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야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총리실 검증위원회는 이 같은 법제처 판단을 반영해 이달 내 최종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턴투워드’ 행사차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법제처의 유권해석 이후의 절차를 설명하며 “대한민국과 부산이 ‘윈윈’ 하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전날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과를 갖고 검증위 입장이 나오면 정부가 해야 할 조치를 신속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김해신공항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다른 가능성을 검토할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검증결과 김해신공항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가덕신공항 건설을 고려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됐다. 부산 가덕도에 둘지 아니면 경남 밀양에 둘지를 놓고 정책 결정이 오락가락하면서 지역간 갈등도 고조돼왔다. 이명박정부를 거쳐 박근혜정부에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정리가 됐으나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과 국회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에 불을 지펴왔다.

특히 민주당은 부산 보궐선거가 확정되자 가덕도 신공항을 앞세워 부산 표심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희망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검토 용역비 증액을 반대하는 국토부와 마찰을 빚더라도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을 찾아 “부산 출신 의원들도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부산 신공항을 어떻게든 성공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가 결론을 내면 우리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지난 5일 부산에서 예산협의회를 열고 부산 민심을 향한 구애를 펼쳤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이날 부산을 찾아 “거대양당이 경쟁적으로 가덕신공항 건설을 외치고 있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던지는 공수표는 대형 건설사들만 반길 뿐”이라며 “공항건설에 들어가는 수조원의 예산으로 부산을 ‘그린리모델링’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우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