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현상” “우린 없나”… 윤석열 치솟자 떫떠름한 여야

입력 2020-11-12 00:09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온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총장은 여론조사 1위 소식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드러내지 않고 “검찰의 현안에 신경쓸 뿐”이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하자 정치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윤 총장의 향후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외부 인사인 윤 총장 인기가 급상승면서 당내 후보들은 뜨지 못하는 상황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

민주당은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야권의 대안부재’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대안이 없으니 윤 총장으로 지지율이 몰린 것”이라며 “일시적 현상일 뿐, 이런 추세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견고하게 유지된 점도 부각시켰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은 “우리 후보들 지지율이 20% 초반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큰 의미가 없다”며 “민주당보다 야당에 위협이 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심정이 복잡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여권과 연일 날을 세우다 이례적으로 지지율 1위 대선주자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이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나, 여권과의 기싸움에서 자신이 버틸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윤 총장이 퇴임 이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말할 시기가 왔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점도 민주당의 고민을 깊게 하는 지점이다. 현재의 투톱 체제로 대선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 지 의심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친문계를 중심으로 또 다른 후보의 등장을 기대하는 기류도 여전하다. 한 의원은 “새로운 주자들이 대권에 도전해 다양성을 더해야 한다”며 “현 분위기에선 민주당이 차기 대권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 제3 후보로는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 장관, 이광재 의원 등이 자천타천 거론된다. 이날 이 대표는 전기차 생산업체 현장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총장이 1위를 차지한 여론조사에 대한 질문에 “별로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조사로 문재인정부에 등돌린 민심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에 “윤 총장이 정치인도 아닌데 1위가 된 것은 국민들이 그만큼 답답해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윤 총장의 급부상은 야권 인물 부재 탓이라는 자성론도 나왔다. 김기현 의원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아직도 대안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야권의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리고 있다”고 했다.

야권 잠룡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윤 총장에 밀려 텃밭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잠행을 이어오던 유승민 전 의원은 오는 16일 서울 여의도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자’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며 정치적 기지개를 켠다. 최근 야권혁신 플랫폼을 제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2일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외곽 모임 ‘더 좋은 세상으로’ 초청 연단에 설 예정이다.

박재현 이상헌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