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철강사의 철스크랩(고철) 구매 담합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이들 철강사가 10년 넘게 30조원대 담합을 한 혐의를 확정해 최근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해당 업체에 보냈다.
11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환영철강 등 대형 철강사들은 2006~2015년 10여년간 고철업체로부터 철스크랩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철강사 영업팀장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철스크랩 구매 가격을 미리 정한 뒤 이를 실행에 옮겼다. 철스크랩은 재활용이 가능한 고철과 폐자동차 등을 가공·정제한 것으로, 철강사는 이를 사들여 철근 등을 만들어 건설사에 판매한다.
공정위는 철강사들의 담합 관련 매출액을 30조원대로 산정했다. 한 대형 철강사는 공정위로부터 관련 매출액이 16조원이라고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합에 따른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부과가 가능하다. 공정위는 앞서 2018년 현대제철 등 7개 철강사에 철근담합 혐의로 11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3%로 결정됐다. 이번 철스크랩 담합의 과징금 부과율을 3%로 가정할 경우 과징금은 9000억원대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부과한 담합 과징금 최고액은 2010년 LPG 가격담합 사건의 6689억원이었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대형 철강사 중 한 곳이 리니언시(자진신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이 업체는 공정위에 단순 정보교환만 했을 뿐 담합한 사실이 없다고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그러나 공소시효가 임박했고, 관련 매출액이 막대한 점 등을 감안해 연내 전원위원회(1심 재판 격)에 상정해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확정할 방침이다.
2018년에 이어 채 2년도 안 돼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맞을 위기에 처한 철강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철근 담합에 이어 이번에도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면 회사 문 닫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니언시를 한 업체가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에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해도 법원에서는 담합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정위와 철강업계는 현재 2018년 과징금에 대한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에 공정위 김정기 카르텔조사국장은 “조사 중인 사안으로 과징금 등 제재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