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0시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 인근 미디어센터에서 ‘11·11’(솽스이) 온라인 쇼핑 축제가 개막했다. 행사 시작과 동시에 전 세계 8억명의 소비자들이 ‘티몰’ ‘타오바오’ 등 알리바바 플랫폼에 접속해 할인 상품을 구매했다. 주문 현황은 대형 화면 속 세계지도에 표시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11·11 쇼핑 축제가 올해 12회를 맞았다. 매년 판매 기록을 경신해 ‘14억 중국’의 어마어마한 구매력을 수치로 보여주는 행사다.
알리바바는 지난 1일부터 이날 0시30분까지 이뤄진 거래액이 3723억 위안(약 62조원)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플랫폼에서 알리페이를 통해 결제된 금액을 모두 합한 수치다.
애플, 로레알, 나이키, 화웨이, 샤오미, 아디다스 등 340개 이상 브랜드는 이번 행사에서 1억 위안(약 168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13개 브랜드는 거래액 10억 위안(약 1683억원)을 넘겼다. 한때 초당 구매 상품량이 58만3000건까지 치솟았다. 알리바바는 행사 기간 약 8억명이 쇼핑 클릭에 동참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솽스이 행사가 열린 11월 11일 하루 동안 알리바바의 티몰 한 곳에서만 2684억 위안(약 45조3810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거래액을 모두 합한 것이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행사 당일 큰 폭의 할인을 진행하기 때문에 집계가 완료되면 올해 총거래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쇼핑 축제에는 부동산 업체들도 참여해 80만채에 달하는 주택이 시세보다 싸게 거래됐다. 샤넬, 프라다, 까르띠에 등 명품 브랜드도 가세했다. 중국에서 ‘왕훙’이라 불리는 SNS 인플루언서들이 물건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도 한층 강화됐다.
솽스이 쇼핑 축제는 중국 젊은이들이 11월 11일을 ‘솔로의 날’로 정해 자신에게 선물하던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중국 최대 쇼핑 행사로 키웠다. 2009년 시작된 이 행사는 11년 동안 거래액 기준 7000배 이상 커졌다.
올해 행사는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와중에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올 1분기 사상 최악의 성장률(-6.8%)을 보였지만 2분기(3.2%) 반등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에 전년 대비 4.9% 성장했다. 특히 지난 8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소매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서 이 흐름이 유지될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11·11 쇼핑 축제는 중국 내수시장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내수 강화, 기술 자립을 뼈대로 한 ‘쌍순환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항저우=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