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11일 여야 통틀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과 윤 총장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여받은 윤 총장이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전례 없이 1위를 차지한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18세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윤 총장은 24.7%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22.2%, 이재명 경기지사 18.4% 순이었다. 이 대표와 이 지사를 선두로 한 양강 구도에 윤 총장이 균열을 일으킨 양상이다.
윤 총장은 보수층뿐 아니라 떠돌던 중도·무당층 표심까지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가장 높은 62.0% 지지율을 나타냈다. 중도층과 무당층에선 각각 27.3%, 23.7%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그의 연고지인 충청(33.8%), 부산·울산·경남(30.4%), 대구·경북(27.3%) 등 순으로 강세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한 달 사이에 윤 총장 지지율이 배로 뛰었다. 윤 총장과 여권의 갈등 관계가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과 이 대표, 이 지사 외 주자들은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이 1년6개월가량 남은 차기 대선에 변수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에선 “지리멸렬한 야당에 실망한 표심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윤 총장에게 쏠린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에선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선대본부장”이라는 비아냥뿐 아니라 “제1야당의 위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총장은) 대권 후보 1위로 등극했으니 차라리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여론조사 결과를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검찰 현안에 신경쓸 뿐”이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검찰총장이 대권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점은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추 장관과 여당이 만들어준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경택 이경원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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