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윤석열 1위에 놀란 표정 “검찰 괴롭힘 심해질 듯” 걱정도

입력 2020-11-12 04:06

검찰 구성원들은 11일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는 언론 기사를 메신저로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윤 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1위라는 결과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검찰 구성원들은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검찰 흔들기’가 거세질 것을 우려했다.

한 검찰 간부는 “총장에 대한 거듭된 수사지휘권 박탈과 감찰, 평검사에 대한 ‘좌표찍기’까지 이뤄진 상황이지만 앞으로는 괴롭힘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간부도 “많은 검사가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고 우려하는데, 이러한 경향이 가시지 않고 오히려 심해질 듯하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유력한 정치인으로 그려질수록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 차장급 검사는 “앞으로 정치권은 검찰이 하는 어떤 일이든지 정치적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윤 총장이 “공직자의 본분을 다할 뿐”이라고 주변에 자주 밝히는 것도 이 같은 검찰 안팎의 우려를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들어 국회에서는 검찰 수사의 ‘순수성’을 둘러싼 말이 많다.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총장의 사면초가 처지라는 분석도 나왔다. 많은 검찰 관계자가 “정치권의 ‘힘빼기’가 계속되면서 총장의 지지율은 반대로 오른 것 같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지금 총장이 제대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윤 총장도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밖에서 다 ‘식물 총장’이라 하지 않느냐”고 말했었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를 낳은 건 윤 총장 본인의 의지라기보다 외부적 환경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계 인사는 “총장 본인이 정치를 하려 해서 생긴 지지율이 아니라 검찰 개혁의 설득력이 떨어져 만들어진 지지율로 본다”고 했다. 이 인사는 윤 총장을 향해 “총장의 자리에 있을 때에는 정치적 언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공격을 받더라도 묵묵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