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분기 성장률 반등에 반색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실업자 수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대면 서비스 자제 분위기도 고용 시장에 타격이 되고 있다. 고용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정부가 단편적인 실적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적지 않다.
통계청은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8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42만1000명 감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한 지난 4월(-47만6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통계청의 조사 기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달 11~17일이었음에도 취업자 수가 반년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다. 취업자 수는 3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8월 8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기간 감소와 같다.
대면 서비스업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숙박 및 음식점업(-22만7000명), 도매 및 소매업(-18만80000명), 교육서비스업(-10만3000명) 등의 업종에서 전년 대비 일자리가 사라졌다. 연령대로 보면 정부 노인 일자리가 있는 6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서비스업 외에 일자리 비중이 큰 제조업 고용이 불안한 것도 우려스럽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9만8000명 줄면서 전달(-6만8000명)에 비해 감소 폭이 확대됐다.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누적되면서 고용 피해가 컸다.
실업자 수는 지난달 102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16만4000명 증가했다. 전체 규모는 동월 기준 1999년 이후 21년 만에 최대치다. 또 실업률은 3.7%로 0.7% 포인트 상승, 2000년 10월(3.7%)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됐다. 취업도 실업도 아닌 구직단념자는 61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2000명 늘었다. 이 또한 전체 규모가 동월 기준 2014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가장 크다.
다만 일시휴직자는 전년 대비 19만명 늘면서 전달(41만6000명)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잠시 멈췄던 노인 일자리 등이 재개됐다. 그러나 일시휴직자 전체 규모는 49만7000명으로 여전히 1982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다.
정부는 올 3분기에 1.9% 깜짝 성장하자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 궤도에 진입했다”고 반색했다. 하지만 4분기 초입인 지난달 고용 상황이 여전히 얼어붙은 것으로 나옴에 따라 경기 회복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구재의 높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소비가 제한되며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은 노동시장 위축과 저물가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우리 경제는 경기 회복이 제한된 수준에서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KDI는 올해 성장률은 -1.1%, 내년 성장률은 3.1%으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9월 전망을 유지했으나 내년은 3.5%에서 0.4%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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