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해 10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면담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관해 “계속 대화하면 잘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내 서울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좋은 방향으로 될 것”이라고 했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전혀 없지만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발언이다. 징용 문제에 관해 양국 정부가 합의점을 찾는다면 스가 총리의 방한과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가능해진다. 박 원장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방향을 담은 ‘문재인-스가 선언’을 발표하자는 제안도 스가 총리에게 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양국 관계가 계속 악화돼온 것을 감안하면 갑작스럽고 현실성이 부족해 보이지만, 징용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박 원장은 내년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남북, 한·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자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스가 총리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올림픽 때 남·북·미·일 정상이 만나 현안들을 일괄 타결하자는 제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부터 모든 게 난제이며,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각국 사이의 문제가 이벤트 하나를 계기로 쉽게 풀릴 리도 없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구상이다. 다만 이런 희망사항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볼 필요는 있다. 일본이 바라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과 김 위원장의 도쿄올림픽 참석을 위해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면 스가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징용 문제 타협에 나설 수도 있다.
박 원장에 이어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이 12일 일본을 방문해 13일 스가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갈등 현안의 ‘패키지 해결’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이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다면 양쪽 모두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사설] 잇따른 한·일 만남,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길
입력 2020-11-1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