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인텔”… 애플 자체 칩셋 탑재 맥북 첫선

입력 2020-11-12 04:06

애플이 자체 개발한 PC용 칩셋을 처음으로 탑재한 맥북(사진)을 공개했다. 속도와 전력 소모량 등 성능도 대폭 개선하면서 애플이 인텔과 AMD가 장악하고 있는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본사 애플파크에서 온라인으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M1 칩셋을 최초로 탑재한 맥북 에어, 맥북 프로, 맥 미니 등 3종을 공개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에 자체 칩셋을 적용했지만 데스크톱·노트북 제품에는 2006년부터 인텔의 CPU를 탑재해 왔다. CPU는 PC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품이다.

애플이 이날 선보인 M1은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AI) 기능을 수행하는 뉴럴엔진, D램 등을 하나로 합친 통합 프로세서다. 애플은 저전력·소형화를 강점으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기술을 기반으로 칩셋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M1은 우리가 창조한 가장 강력한 칩”이라며 “맥에 새로운 능력을 제공하고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게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성능도 대폭 강화됐다. 맥북 에어는 이전 제품보다 최대 3.5배 빠른 CPU 성능, 최대 5배 빠른 GPU 성능을 제공한다. 동시에 전력 소모량도 대폭 줄여 배터리 성능을 최대 2배로 늘렸다.

업계는 애플의 이번 제품 공개가 인텔의 종속에서 벗어나 PC·모바일을 넘나드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PC CPU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업체는 인텔과 AMD다. 전체 PC 시장에서 애플의 맥이 차지하는 비중은 7% 남짓이지만 iOS의 위상을 고려할 때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인텔은 7나노 공정 도입이 지연되는 등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M1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최신 5나노 공정에서 생산을 맡는다.

맥북 에어 신제품 가격은 미국 기준 999달러, 맥북 프로는 1299달러로 종전 수준을 유지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