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목회자가 전하는 따뜻한 일상 메시지

입력 2020-11-13 03:03

인도네시아 선교사, 장로회신학대 선교학 교수와 총장을 지낸 저자는 팔순 넘은 노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노 목회자의 하루는 뒷마당의 다람쥐와 새의 안위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당 한쪽, 감나무 아래의 작은 의자는 그만의 공간이다. 여기 앉아 떠오른 상념을 태블릿PC에 적는 건 오랜 습관이다. 일상의 기록은 책의 재료가 됐다. ‘마당의 한 그루 감나무처럼’이 책의 시작이다. ‘어느 노남(老男)의 희망사항’에는 뒷마당을 찾는 제자들을 위해 90세까지 갈비를 구워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노인의 일상도 세심하게 표현했다. “노인의 날은 하루도 그냥 가지 않는다. 육신의 통증과 자식 걱정, 세상 근심과 더불어 오는 즐거움들이 합류하는 냇물이 되어 흐른다.”

일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그가 걸었던 삶의 여정으로 회귀한다. 책을 통해 만난 인연이나 여행하며 스친 촌부와의 대화가 펼쳐진다.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지던 날, 도산 안창호 선생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실어 날랐던 중국 상하이의 한 노인과 만난 이야기에 오래도록 눈길이 머물렀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