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최근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을 조사해 1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24.7%로 1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3위로 나왔다.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검찰의 현직 총장이 1위에 오른 것은 한마디로 ‘웃픈’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씁쓸하다.
먼저 윤 총장의 정치적 언행이 그를 대선 주자 반열에 우뚝 세웠다. 추석연휴 전 10%대 초반에 머물렀던 지지율은 국정감사 이후 10%대 후반까지 올랐다. 윤 총장이 국감에서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내비친 게 영향을 미쳤다. 윤 총장은 이후 지방 검찰청을 순시했고, 이런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 채널 ‘검찰TV’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 총장님” “총장님 파이팅” 등을 외치는 검찰 식구들 앞에서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연설하는 그의 모습은 유력 정치인이 북콘서트 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올 초 한때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했던 윤 총장은 언제부턴가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지지율 상승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다.
윤 총장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이 검찰총장 흔들기에 나설수록 지지도가 상승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윤 총장의 지지율은 추 장관 및 여권과의 갈등 국면마다 껑충 뛰어올랐다. 최근 추 장관이 검찰총장의 특활비에 대해 ‘주머닛돈’이라면서 감찰조사를 지시한 것이나 민주당 등에서 검찰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수사를 두고 “정치 개입이자 국정 흔들기”라고 맹공을 퍼부은 것도 지지율 상승에 한몫했다. 여기에 현 야권에서는 아직 유력한 대선 주자로 뚜렷한 인물이 없는 것도 보수층을 중심으로 윤 총장에 대한 기대심을 갖도록 한 측면이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윤 총장이 유력한 야권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고, 그가 정치에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비치면서 그의 지휘를 받는 검찰 수사의 독립성이나 중립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권 후보 1위로 등극하고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다면 사퇴하고 정치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진짜 정치를 할 생각이 있다면 당장 옷을 벗고 나가라. 아니면 정세균 총리 지적처럼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라. 여권도 당장 윤 총장 흔들기를 멈춰라. 그래야 검찰이 살고 검찰 수사도 신뢰를 받는다.
[사설] 검찰총장이 대권지지율 1위라는 블랙코미디
입력 2020-11-1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