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사진) 회장 체제 한 달.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차 시대의 먹거리로 분류되는 수소차, 자율주행 등의 기술 선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미래 모빌리티 기업’ 전환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편 노동조합과 소통을 통한 ‘협력 무드’ 조성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모양새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14일 그룹 회장에 오른 지 하루 뒤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했다. 취임 후 첫 행보였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구현하고자 하는 수소 생태계에 대해 “좀 더 경쟁력 있게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움직여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사업 구상도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직접 찾아 “2022년을 미래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아 미래차 보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글로벌 전문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 분야의 선도기업인 엔비디아와 커넥티드카 시스템 개발을 위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2022년부터 현대차그룹의 전 차종에 차량과 다양한 외부정보를 잇는 차세대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적용될 전망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취임 후 1조원 규모의 첫 대형 빅딜을 성사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이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로보틱스 사업의 출발 기반을 닦을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온다.
‘틀을 깬 소통’으로 노사 화합을 위한 신호탄도 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2주 만인 지난달 30일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지부장을 만났다. 현대차그룹 총수로는 19년 만에 직접 노조 집행부를 찾은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와의 협력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주요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았고, 비공개 영결식까지 참석했다. 지난 5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평소 인재를 중시하는 정 회장의 소신도 취임 한 달간 여실히 드러났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던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재영입했다. 이달 1일에는 프로축구 스타 이동국(전북 현대)의 은퇴식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직접 찾아 격려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