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승복의 골든 타임

입력 2020-11-12 03:07

최근 미국의 대선은 저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에게 실망과 우려에 앞서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지금까지 대선 패자들의 아름다운 승복 선언을 듣는 것은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소감을 듣는 것만큼 흥미롭고 배울 점도 많았다고 기억합니다.

CNN을 통해 미국의 원로 상·하원 의원들과 전직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재검표를 통해 다시 확인해도 부정은 없다고 말하면서 승복 선언을 하라고 권면하는 것도 보도됐습니다. 그런데도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시비를 가리는 법적 도전을 계속하겠다며 SNS를 통해 열변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패자의 승복은 골든 타임을 지킬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됩니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아름다운 승복 선언은 그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당선자의 지지자들, 국민 모두에게 오랫동안 회자하고 그를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구약성경 중 가장 불행한 한 사람을 꼽으라면 승복 장애를 갖고 평생 시기와 음모, 살육까지 하며 살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사울을 들 수 있습니다. 사무엘상 8~31장까지 등장한 사울은 처음엔 사무엘로부터 기름 부음을 받고 적극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나님이 선택한 북이스라엘의 1대 왕으로 준수한 외모를 지닌 이스라엘의 애국자였습니다. 왕으로서의 주된 책임은 블레셋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블레셋과의 믹마스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첫 번째 큰 실수를 범합니다.

자기 아들 요나단과 굶주린 병사들에게 전리품인 소와 양들을 피째로 먹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율법을 어기는 죄를 지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무엘은 사울과 이스라엘을 하나님께 제소했습니다.

그의 두 번째 큰 죄는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비롯됩니다. 그는 이 전쟁에서 대승리를 거뒀지만 많은 노획물에 욕심이 잉태해, 병사들이 사적으로 나눠 갖는 것을 묵인했습니다. 특히 적장인 아말렉 왕을 용서했습니다.

하나님은 아말렉을 진멸하라고 명령했지만, 사울은 제멋대로 전리품들을 남겨두도록 하는 죄를 범했고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계속해 어기고 늘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로 인한 사울의 죄는 아들 요나단에게까지 왕위가 끊기는 불행이 대물림됐습니다.

결국 사울 왕의 통치는 오래가지 못했고 어린 다윗을 왕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자신이 실패한 왕임을 승복하지 못했습니다. 사울은 다윗을 수없이 죽이려 했지만 정작 다윗이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상황이 두 번씩이나 있었는 데도 그를 살린 것을 알고, 다윗 앞에서 대성통곡하며 승복 선언을 했습니다.(삼상 24:16~22)

골든 타임을 놓쳐도 너무 오래 걸린 승복 선언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이 죽은 후 그의 손자 므비보셋을 살려주고 재산도 다 돌려주며 사울과의 맹세를 지켰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 여러분! 하나님의 법을 어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오늘 들려드린 사울 왕의 이야기를 깊이 묵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승복의 또 다른 뜻인 ‘죄를 회개하는 것’의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라며 말씀을 마칩니다.

한미라 목사 (아태지역 YMCA 연맹 젠더평등위원장, 호서대 명예교수)

◇한미라 목사는 31년간 서울신학대와 호서대에서 기독교교육학 교수, 신대원 원장, 교목실장, 국제교육원장 등으로 재직하며 많은 제자를 배출했습니다. 2001년 한국기독교대학신학대학원협의회에서 제1기로 목사 안수를 받았고, 지난 4일엔 아시아태평양지역 YMCA 연맹, 젠더평등위원장으로 피선됐습니다. 국내에선 고양YMCA 이사와 전국YMCA연맹 소속 추천 이사로 봉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