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에서 벗어나 저 높은 곳을 향하게 하는 나침반

입력 2020-11-13 03:04

인간은 염려와 떨어질 수 없다. 사는 건 곧 염려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남준 목사의 ‘염려에 관하여’는 살아가면서 늘 반복되는 염려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염려의 뿌리를 파헤치며 염려 속에 담긴 교만의 해결책으로 하나님 사랑을 제시한다.

저자는 염려를 2가지로 나눈다. 경건에 도움이 되는 합당한 염려와 그 반대인, 합당치 않은 염려다. 합당치 않은 염려는 하나님을 향한 불신에서 나오는데 그 뿌리엔 언제나 자기 사랑이 있다. 자기 사랑은 곧 교만이기에 우리가 염려하는 문제는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심각한 우상숭배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염려하지 말라’와 ‘의미 있게 살라’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 ‘염려하지 말라’에서는 염려의 시작이 그릇된 것을 욕망하는 자기 사랑이라 정의하며, 인간은 결국 자기가 사랑하는 것의 노예가 된다고 말한다. 기독교 사상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죄를 ‘순서가 바뀐 사랑’이라 정의했다. 하나님보다 자신을 사랑하면 하나님 자리에 자기가 앉게 된다. 한 치 앞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 왕좌에 앉으면 늘 불안하고 염려가 끊이지 않는다.

염려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환경이나 마음가짐의 변화가 아니다. 하나님이 내 아버지임을 확인하며, 그 사랑 가운데 안정감을 누리는 길뿐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돈에 관해 염려하는 이유가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결핍이 아닌 믿음의 부족 문제다. 예수님은 염려하는 이들에게 “믿음이 작은 자들아”(마 6:30)라고 말씀했다. 하나님을 향한 신뢰 부족이 오늘 우리의 삶에서 염려로 나타나는 것이다.

2부 ‘의미 있게 살라’에선 더 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해 사는 삶을 제시한다. 인생의 방향이 자기 자신을 향해 있다면 늘 염려할 수밖에 없다. 삶의 결핍이 적지 않더라도 그 가운데서 인생의 방향을 확인하면, 결핍 속에서도 믿음으로 살 수 있다. 히브리서에 나오는 믿음의 선조들이 하나님을 위해 고난받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 땅에서의 더 나은 삶이 아닌 본향을 사모해서다. “내 안에 사랑의 질서를 세워주옵소서”라고 고백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처럼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해 사는 삶이 바로 자기 중심성을 극복하는 비결이자 염려를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이다.

염려의 문제는 하나님 없는 삶의 행복을 스스로 추구하기 때문에 생긴다. ‘염려에 관하여’는 단순히 염려의 문제에서 해방시켜 주는 게 아니라, 하나님 영광과 그분의 나라를 위해 인생의 방향을 전환해 주는 책이다. 하나님은 혼자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게 인생이라고 여기며 사는 우리를 구원키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냈다. 우리가 당신의 계획에 동참할 수 있는 은혜를 허락했다. 염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인생의 방향이 달린 중요한 문제다.

고상섭 그사랑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