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찰 개혁’ 처방전, 인종차별 특효약 될까

입력 2020-11-14 04:04

흑인 변호사이자 정치평론가인 밴 존슨은 지난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당선자의 승리 확정 소식을 전하는 CNN의 생방송 도중 눈물을 흘렸다.

존슨은 지난 5월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했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지면서 “나는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을 꺼냈다. 존슨은 “‘나는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은 단지 플로이드 얘기만이 아니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없다고 느꼈다”고 울먹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흑인들이 느꼈던 공포와 불안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권 인수 작업에 착수한 바이든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새로운 정부의 최우선 과제 4가지를 제시했다. 그중엔 인종 평등도 포함됐다. 바이든 인수위는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미국의 이상과 인종차별주의가 우리를 찢어놓은 가혹한 현실의 싸움이 240년 넘게 지속됐다”면서 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개의 처방전을 꺼냈다. 경찰 개혁과 경제적 불평등 해소다.


백인의 불안감 부추긴 트럼프

미국 인구조사국의 2019년 7월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에서 백인 비율은 60.1%다. 히스패닉이 18.5%로 2위로 올라섰다. 흑인은 13.4%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5.9%.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2045년에 이르면 백인 비율이 미국에서 49.7%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인들이 절반 밑으로 떨어지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히스패닉은 24.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흑인은 13.1%로 소폭 줄고, 아시안계는 7.9%로 조금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집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강경한 이민정책 등 이들이 원하는 정책으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선을 긋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들을 감싸는 언행을 보였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난 5월 말 흑인 플로이드가 목이 눌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국에선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경찰 개혁은 바이든 인수위의 핵심 내용이다. 경찰에 의한 유색인종 사망 사건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항의 시위라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도다. 바이든 캠프의 고위 참모인 시모어 샌더스는 “인수위는 경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 보도했다.

경찰 개혁을 위한 조치는 네 가지다. 전국적인 목 조르기 금지, 전쟁 무기의 경찰 이전 중단, 경찰 무력 사용의 표준적 기준 확립, 국가 경찰감독위원회 구성이다.

바이든 인수위는 인종·성(性)·소득으로 인한 차별을 막고 공정한 판결을 위해 사법 제도 개선에도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인수위는 그러면서 “사법제도는 반드시 구제와 갱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의 수를 줄일 수 있는 대담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평등 해소 없인 차별 해결 없다”

바이든 인수위는 흑인 등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약속했다. 바이든 인수위는 “경제적 평등 없이는 미국을 더 낫게 재건할 수 없다”면서 “경제 참여에 대한 장벽을 제거하고, 기회에 대한 접근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바이든 인수위는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 등 13개 청사진을 꺼냈다. 바이든 새 정부는 우선 흑인 등이 보다 편하게 집을 사거나 거주할 수 있는 주택 정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또 노동자들이 피부색으로 차별받지 않고 존엄성을 지키며 공정하게 대우받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인종별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하도록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모든 정부기관의 주요 보직에 인종적 다양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소상공업에 대한 공적·사적 투자 확대, 구직과 연계된 직업 훈련·고등 교육에서의 차별 철폐, 유색 인종 퇴직자들에 대한 사회·경제적 안전장치 제공도 약속했다.

“경찰 개혁, 근본적 해법 아냐” 반론도

경찰 개혁에 대한 보수 세력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목 조르기 금지 등은 필요한 조치지만, 총기를 사용한 흉악범죄가 판치는 미국에서 경찰 개혁이 경찰의 손발을 묶는 식으로 흘러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온건 세력들은 급진 세력의 ‘경찰 예산 삭감·중단’ 요구를 비난했다”면서 “경찰 개혁을 둘러싼 미국 내 여론이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개혁이 일부 백인 경찰의 폭력을 줄이는 대증 요법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적 불평등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큰 방향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정책이 입안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