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만난 스가 “강제징용 해법 한국이 내놓아야”

입력 2020-11-11 04:02
연합뉴스

일본을 방문 중인 박지원(사진)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강제매각 절차가 예고되는 등 한·일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박 원장이 스가 총리와 논의한 한·일 관계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스가 총리는 한국이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을 것을 박 원장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오후 도쿄도의 일본 총리 관저에서 스가 총리를 30분가량 면담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박 원장은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나 “스가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안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며 “대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좋은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견을 전했다”며 “한·일 정상이 해결해야 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계속 대화하면 잘 되리라 본다”고 했다. 스가 총리는 징용 문제와 관련해 “양국을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어 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고 민영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이 전했다. 그는 납치 문제에 관해서도 한국의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문 대통령의 친서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의 저서를 국정원에서 번역해 읽었다고 밝히자 스가 총리가 책에 사인을 해줘 개인적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우리 정부 고위 인사다. 지난 8일 일본을 방문한 박 원장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기타무라 시게루 국가안전보장국장 등을 만났다.

국내에선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압류 절차가 일부 진행되면서 한·일 갈등 재점화를 예고했다. 대전지법은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신청한 압류자산 매각명령 신청 사건 처리를 위해 일부 소송 서류를 공시송달했다. 이 가운데 국내 자산 매각 관련 심문서 공시송달의 효력이 이날 0시부터 발생하면서 법원은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그러나 실제 매각명령을 내리려면 미쓰비시중공업이 압류명령결정문을 먼저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전지법은 공시송달과 별개로 압류명령결정문 공시송달도 진행했다. 이 효력은 다음 달 30일 0시에 발생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한·일 관계를 고려하면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열린 입장”이라며 “각층 의견을 수렴해 일본 측과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그와 관련한 사법 절차는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현금화에 이르게 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떤 주장도 할 수 없게 됐다고 이해하고 있다”며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다만 “법원도 문제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당장 현금화 조치를 판사 한 명의 판단으로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과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손재호 기자, 대전=전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