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규모 임상시험 중인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90% 수준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발표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신중론을 폈다. 구체적인 효능과 안전성을 확신하려면 우선 임상시험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백신 개발 시 먼저 접종을 시작하는 외국의 부작용 추이 등을 살펴보며 내년 하반기 국내 접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9개월 만에 (화이자 백신)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낭보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의 효능과 관련해 추가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60세 이상 고령자 등 백신 대상집단별 효능이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접종자의 바이러스 배출량이 감소했는지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신의 부작용 여부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식품의약국(FDA)은 백신 접종 이후 최소 2개월의 추적관찰을 거쳐 안전성 정보를 확보하도록 긴급사용승인 신청 기준을 강화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해 승인까지 받더라도 정부는 국내 접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먼저 접종을 시작하는 외국의 상황을 관찰하며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고 유통 체계 등을 정비할 계획이다. 권 부본부장은 “(FDA) 승인은 다음 달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2분기 이후 시점에 (국내 접종을) 어느 정도 진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의 긍정적 성과를 곧 ‘코로나19 종식’으로 여겨 방심해선 안 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기존의 방역을 유지하면서 백신이 보조해야 코로나19 유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백신 하나만으론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생활방역과 백신이 결합할 때 상황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의 중간 분석 결과 90% 이상의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 그룹에는 백신을 투여하고 한 그룹에는 가짜 약을 투여했는데, 코로나19에 확진된 94명 중 백신 접종자가 10% 미만이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속단은 이르다고 강조했다. 3상 임상시험 도중에 나온 중간발표인 만큼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한번 형성된 면역력의 지속기간 등 확인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긍정적인 면은 있지만 FDA 긴급사용승인조차 아직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제약사의 중간 결과 발표만으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며 “불필요하게 접종을 서둘러 3상 임상시험 대상자를 자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설령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더라도 화이자 백신의 특수성 탓에 국내에서 대량 접종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은 RNA에 기반해 다른 백신보다 현저히 낮은 영하 70도 수준에서 유통·보관돼야 효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 교수는 “통상적인 사백신 운반에 쓰이는 냉동차량으로는 영하 70도의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며 “(화이자 백신을) 접종이 시급한 고위험군 외에 전체 국민에게 맞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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