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는 학생·교사·주민·외부전문가 어우러지는 광장”

입력 2020-11-11 04:02
국민일보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지난 2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인근 사무실에서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이후 미래학교 좌담회’에서 이재림 한국교원대 교수의 발언을 다른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교육 파행과 그 대안으로 등장한 원격수업은 미래 교육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던 학교의 갑작스러운 부재, 그에 따른 당혹감은 ‘학교는 무엇이고, 교사는 누구이며, 학생은 학교서 뭘 하는가’란 공교육 본질에 대한 질문을 환기시켰고 코로나19 이후 미래 교육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의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 복합화’ ‘공간혁신’ ‘스마트교실’ ‘그린학교’ 이 네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래학교를 구상 중이다. 학교 복합화는 지역사회와 학교가 소통하며 ‘온 동네를 학교로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공간혁신은 학생 주도로 학교 공간을 설계하는 과정 자체를 교육으로 보며, 공간의 변화가 수업의 혁신을 이끈다는 개념이다. 스마트교실은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 혁신이며, 그린학교는 친환경 건축을 넘어 학교생활에서 지속가능성이란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학교 현장과 전문가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지난 2일 충북 청주 오송역 인근 한 사무실에서 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좌담회는 오성배 교육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실무추진단 부단장의 사회로 이재림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건축 전문가), 이동국 충북 청운중 교사(미래교육 공감연구소 연구자), 박정숙 세종 솔빛초 학부모(학교공간혁신 사업 참여자), 경남 창원 남산고 2학년 공지현·이수현(제1회 학교공간혁신 학생 UCC 공모전 입상자)양이 참여했다.

어떤 미래학교를 그리는가

△이동국 교사(이하 동국): 교사가 학생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그들의 학습과 삶을 지원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미래학교의 핵심이다. 학교의 공간과 각종 기술들이 교사가 학생을 파악하고 원활하게 피드백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지금 한 반에 30명 가까운 학생이 있다. 중등교사여서 교과 시간만 들어가고 조·종례 때 만나다 보니 학생 개개인과 얘기할 시간이 거의 없다. 한 명 한 명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재림 교수(이하 재림): 학생 중심, 즉 학생 적성과 소질을 키워주는 그런 교육과정이 필수다. 학교 공간은 이런 교육과정을 원활히 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그리고 행복한 학교여야 한다. 공부만 하러 오는 건 지식적인 측면이다. 아이들의 삶을 서로 교류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줘야 한다.

△오성배 부단장(이하 성배): 예전에는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공간이었는데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 수 있는 휴식과 학습을 함께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박정숙 학부모(이하 정숙): 공간혁신 사업에 참여했다. 교감 선생님이 직접 통나무와 밧줄로 놀이터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학원보다 학교에서 계속 놀고 싶어하고 주말이 되면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 이런 공간혁신을 낙후된 학교부터 했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학생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는 날이 왔으면 한다.

△공지현양(이하 지현): 공간혁신 UCC를 만들 때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공간이 없었다. 선생님에게 빌려서 진로교실에서 하기도 했다. 이런 토의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점심시간에도 나가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 햇볕을 쐴 수 있는 휴식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수현양(이하 수현): 학교에서는 만날 같은 책상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스터디 카페처럼 색다르고 예쁜 공간이 학교에 많았으면 한다.

△동국: 가르치는 입장에서 행위유발성이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한다. 예컨대 수행평가를 하고 발표를 시키는데 교실에서 발표하면 PPT 만들어서 발표한다. 발표 기회를 시청각실이나 무대를 만들어주면 뮤지컬이나 연극, 홈쇼핑 등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학습 결과를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청중 즉 다른 학생들도 집중하고 발표자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공간 자체가 사용자로 하여금 특정 행위를 유발시키는 효과가 있다.


“미래학교의 중심은 광장이어야 한다”

△성배: 예전에는 교사가 50분 동안 판서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형태였다면 갈수록 학생 스스로 능력을 넓혀주는, 다시 말해 많은 지식보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보고 학교 공간이 이를 뒷받침해줘야 할 듯하다.

△재림: 다양한 공간이 있을 수 있다. 중심 공간은 광장이어야 한다. 자유로운 광장에는 자유로운 프로젝트 수업이 연계될 수 있도록 도서관과 연계하면 좋겠다. 초등학생이라면 신체활동도 할 수 있다. 미세먼지 등으로 외부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광장에는 무대가 있어야 한다. 쉬는 시간에 발표하고 작품을 전시하고 내 작품을 뽐내면서 친구들과 공유하고 호흡하는 공간이다. 가정집으로 비유하면 거실 공간이다. 지금의 학교는 교실에서 나오면 바로 복도다. 거실 없는 아파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파트에서 방문을 열면 거실이 바로 나오듯 미래학교는 교실 문을 열면 바로 공간으로 이어져야 한다.

△동국: 광장을 말씀하셨는데 이런 공간이 다른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였으면 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단절돼 있다. 학교에 들어서면 교사·교과서 대면에 그친다. 학교가 지역사회와 연결해주고 다양한 어떤 정보 기기가 놓여 있어서 원하는 데이터를 스스로 찾고 가공하고 외부 전문가와 소통하는 등 자연스럽게 세상과 연결해서 학습을 확장시켜주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 자원들이 학교와 연결돼 학생들의 학습 공간을 넓혀줄 수도 있을 것이다.

△성배: 학교 도서관을 학생이 공부할 때는 학생, 방과후나 주말에는 부모님 손잡고 도서관을 오는 곳도 있다.

△재림: 우리 면소재지를 보면 인구가 100~200명 작은 곳이 많다. 그런 지역에 학교 따로, 보건소 따로, 면사무소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같이 있으면서 함께 활용하면 주민 삶의 질이 높아지고 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뛰지 마’라고 말할 필요 없는 학교”

△정숙: 아이들에게 ‘뛰지 마’ ‘하지 마’라고 말할 필요 없는 학교면 어떨까 한다. 저학년이면 정말 복도 끝에 매트를 깔아주고 거기서는 정말로 신발 벗고 놀고 누워서도 놀았으면 좋겠다.

△재림: 교실이 3층 이상에 있으면 학생들이 옥외 운동장은 힘들다고, 멀다고 나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3~5층 공간을 쓰는 학생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공간을 재구조화하면 3층 옥상을 4층에서, 4층 옥상을 5층에서 쓸 수 있다. 옥상 텃밭을 가꾸어도 된다.

△지현: 학교에서 학생마다 하고 싶은 게 다 다르다. 만약 유튜버를 꿈꾼다면 영상 제작을 직접 해보고 친구와 공유했으면 좋겠다.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자료를 살피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고 느껴보는 수업이었으면 한다.

△수현: 건축가가 꿈인데 학교 건물을 어떻게 만들지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통해서 직접 만들어보고 경험해보는 수업이었으면 한다.

△동국: 학생들이 창조 공간을 원하는데 최근 학교 공간혁신 사례를 보면 학교 도서관과 연계해서 메이커스 플레이스들이 들어가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걸 활용해 뭔가를 분석하고 해석하고 종합해서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는 교육 공간이다.

△재림: 교사 연수와 첨단 장비가 함께 가야 한다. 중학교부터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등으로 충분히 경험하고, 고교에서는 실질적인 진로를 탐색하는 시스템이 좋겠다. 지금 중학교 진로는 진로 분야가 강하고 고교 선택교육과정은 대학 입시에 필요한 선택교육과정에 한정돼 있다.

△동국: (교육 당국이)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기본 틀을 제시해줬으면 한다. 이번에 추진되는 에듀테크 도입과 공간혁신(정부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구상)으로 향후 수십년의 교육이 결정될 것이다. 그래서 교수 학습과 학교 문화, 에듀테크, 공간이 어떻게 연계돼 시너지를 내는지 가이드라인이나 모델 학교를 제시해주면 교사들도 방향성을 잡고 잘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오송=글·사진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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