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 “시중 여윳돈 잡자” 맞장

입력 2020-11-11 04:06

카카오뱅크에 이어 카카오페이가 당장 쓰지 않는 자금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금고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카오 계열 금융사들이 높은 이자와 포인트 적립 혜택을 앞세운 네이버통장에 맞서 시중 여윳돈 확보 경쟁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증권이 10일 선보인 ‘미니금고’는 기존 입출금계좌 안에 별도 계좌를 구분해 비상금나 여윳돈을 보관·관리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예컨대 원룸 한쪽에 가벽을 쳐서 방 하나를 만든 셈이다.

미니금고는 카카오페이증권 계좌에 연결계좌 형태로 생성된다. 이곳에 돈을 보관하려면 먼저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를 거쳐야 한다. 방에 들어가려면 현관문부터 지나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돈은 언제든 넣거나 뺄 수 있다. 기본 보관 한도는 500만원으로 원하면 500만원을 더 늘릴 수 있다. 돈을 하루만 보관해도 연 0.6%의 예탁금 이용료를 매주 이자조로 지급한다.

미니금고는 카카오뱅크가 2018년 4월 출시한 세이프박스와 비슷한 서비스다. 세이프박스 역시 계좌 속 금고 형태로 카카오뱅크 입출금 통장에 있는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일부를 묶어놓을 수 있다. 한도는 미니금고와 마찬가지로 기본 500만원, 증액 시 1000만원이다. 이자는 연 0.5%로 계산해 매달 지급한다. 이자만 보면 미니금고가 조금 더 유리하다.

카카오뱅크는 계좌 속 잔돈을 모을 수 있는 ‘저금통’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선택에 따라 1000~5000원 사이 지폐나 1000원 미만 동전을 자동으로 저축할 수 있다. 잔돈 저축용인 만큼 한도는 10만원으로 낮은 편이지만 이자는 비교적 높은 연 2.0%를 쳐준다. 이자는 세이프박스와 동일하게 매달 넣어준다.

이런 서비스들은 금융사가 시중 여유자금을 가급적 많이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금융사 입장에서 실탄격인 예치금이 늘어날수록 성장에 유리하다. 더욱이 최근 유동성 확대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자금이 크게 늘어난 상황은 금융사들에 좋은 기회다.

카카오 계열사를 비롯한 핀테크 업체들이 가장 견제하는 경쟁자는 아무래도 네이버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 6월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출시한 네이버통장은 연 최대 3% 이자와 높은 포인트 적립률을 무기로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카카오페이 측은 “소비, 투자, 저축, 보관 등 다양한 목적의 자금을 모두 카카오페이 플랫폼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