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도 우체국 옥상 ‘드론 터미널’에 착륙해 있던 드론에 장착된 8개의 프로펠러가 굉음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직으로 떠오르더니 어느새 상공 100m까지 솟아올랐다. 10㎏ 가까운 무거운 짐을 들고도 힘든 기색이 없다. 정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우정·물류기술연구센터장은 “자기장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 50~250m까지 고도를 높여 배달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던 와중에 드론이 곧바로 목적지를 향해 직선 비행에 돌입했다. 초속 4~5m의 거센 바람을 유유히 헤치며 800m가량을 이동한 뒤 급제동을 걸었다. 시속 24~25㎞로 날아 목적지인 효자도 선착장 상공에 도착한 것이다. 맑은 하늘 덕분에 천천히 수직 하강하는 모습도 또렷이 보였다. 관제를 맡고 있는 요원이 “착륙 완료했습니다”라고 외치며 시험비행의 성공을 알렸다.
9일 충남 보령군 원산도에서 접한 드론의 ‘ㄷ’자 시험비행은 이렇게 3분여 만에 끝을 맺었다. 차량 관제센터에서 좌표를 입력한 뒤 버튼 하나를 누르니 펼쳐진 일이다.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정확한 위치에 물품을 배달할 수 있는 기술은 택배의 미래를 보여준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산간 지역에 택배를 수시로 배달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장완식 원산도 우체국장은 “지금은 하루 한 번 보령항에서 배로 택배를 실어나르는데 택배 드론이 상용화되면 드론 터미널에서 수시로 배달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다만 들 수 있는 무게에는 아직 한계가 보인다. 택배용 드론 분야에서 앞서가는 미국의 경우 아마존 등 민간 업체들의 관심이 지대하고 상용화도 코앞이지만 들 수 있는 무게가 3㎏ 이내에 불과하다. 중국은 법적으로 최대 25㎏까지 들 수 있는 택배용 드론이 허용돼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연구사업을 통해 실증에 돌입한 택배용 드론은 10㎏까지 들고 비행한다. 우선 10㎏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당장 2022년부터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는 이곳과 함께 인천시, 제주도, 전남 고흥군에서 실증을 한 후 내년에는 실증 장소를 2곳 더 늘릴 계획이다. 현재 실증용 기체에는 탑재되지 않은 제어 기능을 추가한 뒤 최종적으로 상용화 단계에 돌입한다. 우체국에서 10㎏을 들 수 있는 드론을 28대 정도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센터장은 “1000번 날려서 비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목표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데이터가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 온 ‘언택트(비접촉)’ 시대도 택배용 드론 상용화를 부추긴다. 국내 민간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사업 전망도 나쁘지 않다. 우체국 외에 물류 기업인 롯데택배와 용마로지스가 수요처로 꼽힌다. GS칼텍스도 관심이 큰 기업으로 분류된다. GS편의점 물건을 택배용 드론으로 실어나르는 구상 때문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도심에서는 수많은 전파 간섭과 빌딩 사이의 돌풍, 드론 운영에 따른 소음으로 운용이 힘들다. 지역을 떠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넘어야 한다. 실증시험 참여업체인 가이온의 이헌규 빅데이터연구소장은 “돌풍이 문제인데 현재로선 호버링(공중에서 정지해 있는 상태)을 하며 추락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령=글·사진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