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화이자 백신에 환호… 한·중·일은 냉정 ‘온도차’

입력 2020-11-11 04:06

미국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임상 중간 결과 발표에도 10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역별 차별을 드러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시간대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백신 효과가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에 2.95% 급등했다. 2개월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S&P500지수는 1.17% 올랐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5%나 올랐다. 반면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5%나 떨어졌다.

미국의 정규시장 마감 3시간 뒤에 개장한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는 6.75포인트(0.28%) 상승한 2453.95에 시작한 뒤 하락 전환하는 등 등락을 거듭하다 전날보다 5.63포인트(0.23%) 오른 2452.8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1.22% 내렸다. 장 초반 1% 이상 상승했던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오락가락하다 0.28% 오른 채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와 홍콩, 대만 증시는 각각 0.4%, 0.59%, 0.35% 떨어졌다.

이처럼 미국 증시와 동북아시아 증시가 온도차를 보인 데 대해 두 가지 해석이 엇갈린다.

먼저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의 경기회복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약화됐다는 해석이다. 미국 부양책 규모에 대한 우려와 코로나 확진자 급증, 트럼프의 대선 불복 소송 우려가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를 압도해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세로 볼 때 백신이 나오더라도 광범위한 보급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상황 인식에 투자심리가 환호에서 냉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19.4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상승폭을 급격히 줄여 1.2원 오른 1115.1원에 그쳤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2% 폭등했던 엔·달러 환율도 도쿄 시장에서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0.28%로 상승 폭을 줄였다. 임레 스피처 웨스트팩 외환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아직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한 코로나 대응능력을 발휘해 상대적으로 경기 충격이 작았던 동북아 국가들의 경우 화이자 백신 효능 덕을 보지 못할 것이란 점이 이날 증시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HSBC홀딩스의 헤럴드 린드 아태지역 주식전략팀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이같이 진단하고 “한국 중국 대만 등의 증시가 백신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전을 겪던 항공·여행주 등은 간만에 반등했다. 대한항공 주가가 11.24% 오른 것을 비롯해 제주항공과 진에어도 각각 11.11%, 11.54% 급등했다. 하나투어 9.17%, 모두투어 6.90% 등 여행주도 올랐다. S-Oil(14.68%) GS(6.81%) 등 정유주도 상승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수혜를 입었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각각 5.03%, 4.17% 급락했다. 게임주 넷마블(-2.71%)과 엔씨소프트(-5.57%), 카카오게임즈(-2.20%)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앞서 미국의 페이스북(-4.99%) 아마존닷컴(-5.06%) 넷플릭스(-8.59%)도 추락하며 언택트 수혜주 부진을 이끌었다.

이번 백신 효능 발표가 종목 간 판도를 바꿔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에서 백신 개발 기대감으로 위험 선호 심리가 빠르게 회복된 만큼 국내 증시도 상승세를 연장할 전망”이라며 “경기 민감주와 가치주 위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조민아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