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예닐곱명의 고등학생과 교회학교 교사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에 접속했다. 한 시간 반 동안 지난 한 주의 삶 가운데 경건의 시간(큐티)을 통해 깨달은 바를 나눴다. 교회 다니지 않는 친구들을 정죄했던 과거를 고백하기도 했고, 친구 따라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자신의 믿음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는 자랑도 이어졌다.
예제모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그룹으로 나눠 매주 금·토·일요일 온라인에 모여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예제모란 ‘예수님의 제자들 모임’을 줄인 말이다. 2006년 5월 중3 학생 12명이 교회학교와 가정에 ‘경건의 부흥운동’이 일어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후 교회학교 특별활동 부서로 공식 인정받아 담당 교역자의 지도를 받는 ‘청소년 경건 훈련 공동체’로 성장했다. 현재는 학부모들도 경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자녀들이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며 제자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참한 것이다.
예제모 담당 황의대 교사는 “학생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심어줘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갖게 한다”면서 “매일 주님과 친밀한 시간을 통해 성령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의 균형 잡힌 신앙 성장을 도모한다”고 말했다.
커리큘럼은 ‘영성’ ‘지성’ ‘재능·체력’ 등으로 나뉜다. 먼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큐티를 통해 말씀의 하나님과 친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끈다. 이때 깨달은 말씀을 가정과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삶에 적용하면서 느낀 바를 가정예배와 예제모에서 나누게 한다. ‘지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공·남·모’(공부해서 남 주는 모임)를 만들어 학생들이 미래 비전을 세우고 자기주도적 학습법을 정립하도록 돕는다. 재능과 체력 발달을 위해 악기 강습과 체육 활동도 지원한다.
황 교사는 “기독교인마저 세속적으로 타락해 갈 때,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일꾼은 아침이슬같이 맑은 마음을 가진, 세상 문화에 오염되지 않은 청소년들일 것”이라며 “아이들이 단순히 구원받았다고 믿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수님의 제자다운 경건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교회학교가 그저 예배만을 위한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 ‘영성 체험 공동체’가 돼 학생들이 구원의 확신과 정체성을 갖고 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예제모의 눈은 이제 가정의 경건운동으로 향한다. 다음세대의 신앙 성장엔 부모가 참여하는, 경건한 가정 만들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희종(49) 박정은(49)씨 부부는 두 명의 자녀 현(17) 윤(15)과 함께 매일 밤 9시 가정예배를 드린다. 박씨는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아이들과 대화하며 아이들의 신앙과 마음 상태를 알 수 있게 돼 좋더라”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였지만, 오히려 가족 예배가 회복된 귀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공씨도 “아이와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다 보니 조금 더 일찍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거들었다. 윤이는 “예제모에서 훈련받으며 신앙도 성장하고 방언도 받았다”면서 “무엇보다 주일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교회가 학부모에게 콘텐츠를 제공해 교회와 부모가 함께 양육하는 구조”라며 “다음세대가 교회를 많이 떠난다고 하는데 부모와 함께 말씀으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끌고 삶으로 살아내도록 도와주면 이들은 절대 교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