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9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8·15 집회가 국내총생산(GDP)을 0.5% 포인트 감소시켰다. (집회가) 없었더라면 3분기 GDP가 2.4%까지 가능했다”고 말했다. 3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1.9% 성장했는데, 광복절 광화문 집회만 없었으면 2.4% 성장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 발언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했던 말과 같다. 당시 노 실장은 광복절 집회를 두고 “경제성장률 0.5% 포인트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회 주동자를 가리켜 ‘살인자’라고 했다. 두 청와대 참모는 경제 성장을 가로막은 범인으로 광복절 집회를 지목했다. 이는 여러 요인에 의해 전개되는 상황을 단선적으로 파악하고 특정 대상을 악마화하는 발언이며 대통령의 참모로서 부적절한 인식이다. 이런 식으로 상황을 판단하다 보니 ‘살인자’라는 극언까지 나왔다.
발언의 근원을 살펴보자.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GDP 속보치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상당폭 반등했다”면서 “코로나 재확산 없이 2분기 수준의 소비 회복세가 지속했다면 3분기 2%대 중반 수준의 성장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된 수출이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8월 이후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내수가 위축된 것이 성장률을 깎아먹었다는 뜻이다.
당시 광복절 집회를 기점으로 코로나가 다시 확산됐었다. 재확산 책임의 상당 부분이 집회에 있는 것은 맞다. 방역 수칙을 충실히 지키는 대다수 국민이 분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로지 그 집회 때문에 코로나가 퍼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집회 이후 발생한 소비 위축 등 모든 경제적 악영향을 집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코로나 재확산 여파로 경제 성장이 일부 제약됐다’와 ‘특정 집회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렸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후자는 논리적 비약이며,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증오도 담긴 것으로 느껴진다. 청와대의 이런 인식은 국민들 사이의 갈등과 분열만 조장할 뿐이다.
[사설] 광복절 집회가 경제성장률 떨어뜨렸다는 청와대
입력 2020-11-1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