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추천된 이들은 별다른 소감이나 각오를 밝히지 않고 있다. 후보가 ‘최종 2인’으로 추려지기도 전인 상황에서 뭔가를 말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추천위원과의 개인적 관계나 존경심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 수락으로 이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9일 이름이 공개되자 “현재 소임에 우선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는 말만 남겼다. 그는 “국회 예산 심사에 대기 중”이라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 사실보다 권익위 업무가 우선임을 에둘러 표현했다. 함께 이름이 공개된 한명관 전 검사장도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마지막 중수부장’ 김경수 전 고검장은 같은 검찰 출신이자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인 임정혁 변호사의 제안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변호사가 김 전 고검장보다 사법연수원 1기수 선배다. 김 전 고검장도 “각오 등을 말할 계제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석동현 전 검사장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 기관”이라며 “공수처설치법을 당시 야당이 무기력해 못 막은 것이 화근”이라고 했다.
법원행정처가 추천한 최운식 전 검사장은 “초대 공수처장은 기반을 닦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추후 절차를 지켜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같은 층에 자리잡고 근무했었다. 평소 존경해온 조 처장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다른 후보들도 “추천은 영광” “요청에 따라 수락했다”는 정도의 입장만 내놓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법조계는 공개된 후보 11인을 두고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수사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들이 추천된 것을 놓고도 오히려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 많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 판사 출신이 특별검사를 맡은 적도 있다”고 했다. 한 검찰 간부는 “보다 실질적으로는 공수처 차장, 공수처 검사들 구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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